혁신위-비대위 ‘투트랙 방안’에
비박계 “국민신뢰 얻기 힘들어”
친박계 “지금으로선 최선 방안”
정진석 “보이지않는 손? 가소롭다”
비박계 “국민신뢰 얻기 힘들어”
친박계 “지금으로선 최선 방안”
정진석 “보이지않는 손? 가소롭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확정한 당 쇄신 방안이 또다시 당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역할을 ‘관리형’으로 제한하고 당 쇄신 작업은 별도 혁신위원회에 맡기겠다는 투트랙 방안이 총선 참패 책임론을 희석하기 위한 친박근혜계의 뜻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비박계 의원들은 12일 잇따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전날 정 원내대표와 중진의원들이 결정한 혁신 방안에 대해 일제히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놨다. 김영우 의원은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은 당 혁신을 부차적인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라고 했다. 홍일표 의원은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 두세 달이라도 고통이 따르는 변화를 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빨리 얻어올 수 있는데 그런 것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지금으로서는 제일 좋은 방안”이라고 옹호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당 상임고문과의 오찬 자리에서도 “혁신위 따로, 비대위 따로 만드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들었다고 한다.
정 원내대표는 이런 비판에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그는 이날 아침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이 친박계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은 가소롭다. 새누리당을 재창조하는 수준의 혁신위원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지도자급이면 몰라도 친박이라 분류되는 사람들이 뭘 잘못했나”라며 “‘친박=책임=후퇴’ 논리는 맞지 않는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보더라도 친박, 비박 다 책임이 있다. 계파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혁신위에서 다뤄질 당 지도체제 문제를 두고도 계파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당 지도체제 문제는 대표최고위원(당대표)을 포함한 최고위원들이 공동으로 지도부를 이루는 현재의 ‘집단지도체제’ 대신, 당대표 1인의 권한을 더 강화해 ‘단일지도체제’로 바꿀지 여부가 핵심이다. 이는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다수를 점한 친박계 최고위원들에 둘러싸여 대표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난맥상을 보인 데 대한 비판과 무관하지 않다.
오는 7~9월 열릴 전당대회에서 다수가 최고위원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주류 친박계는 현행 규정을 바꾸는 데 부정적이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현재대로라면 만에 하나 친박계가 1등을 못해 당대표를 놓치더라도 2~5등에서 다수를 차지해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박계 당권 주자로 꼽히는 정병국 의원은 “당대표가 강력한 권한을 지니는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로는 당이 친박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식한 주장이다.
2005년 ‘홍준표 혁신위’ 시절 총간사로 참여해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한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은 “집단지도체제는 제왕적 총재 체제를 깨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를 바꾸면 자칫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성연철 이경미 기자 sychee@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_#18_무기력한 새누리당의 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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