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김기식 의원 제공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은 최근 20대 국회 ‘후배’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지난 4년 동안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정부에서 받은 자료 목록과 내용, 자신의 질의서와 보도자료 등 5000여개의 파일이 담긴 유에스비(USB)다. 그는 이를 앞으로 정무위에서 활동하게 될 더민주 의원들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가능한 시행착오를 덜 겪고 하루빨리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서다. 초선임에도 상임위 간사를 맡았던 김 의원은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여야 동료 의원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왔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인 김 의원은 “시민단체에선 10년 동안 노력해도 바꿀까말까한 일들을 국회에선 1년 만에 바꿀 수 있다는 게 정치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초선은 특히 의정활동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의원 앞에 와선 굽신굽신하며 상전 대접하지만 돌아서면 다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며 “지위에 의존하지 말고 실력으로 승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보좌진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본인 스스로 법안과 정책의 디테일까지 꼼꼼히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부업 이자율 인하,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정 등을 자신의 가장 큰 입법 성과로 꼽는 한편, 국회의 부실한 예산심사 과정에 대해선 몹시 안타까워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은 정말 돈이 많은 나라다. 한쪽에선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몇십억원 예산 편성하는 일도 기획재정부 반대로 허덕이는데, 한쪽에선 수천억, 수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가버린다”며 “국회는 헌법상으로만 예산 심의·확정 권한이 있을 뿐이지, 실제론 전체 예산의 1%가량을 증·감액 하는 걸로 그친다. 국민 세금 다루는 문제에 있어서 국회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개탄했다.
의정활동에선 빛났지만 더민주가 당내 계파갈등으로 휘청이고 결국 분당에 이르는 과정까지 별 정치적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오히려 우리나라 정치의 잘못된 점이 초·재선이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정당구조가 취약하다보니 기존에 있던 인물들은 구태로 찍히고, 새로운 인물들이 정치적 발언을 많이 하게 된다”며 “결국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보다는 정치행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1년여 전부터 지역구를 점찍고 공들인 다른 비례대표 의원들과 달리 총선 직전까지도 출마 지역구를 정하지 않았다. 준비가 부족했던 탓인지 서울 강북갑에 출마했다가 당내 경선에서 패했다. 그는 “결국은 재선 의지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국회의원 시작하면서 국민과 맺은 ‘비정규 계약직 4년’ 약속을 충실히 채웠다는 점에서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동료 의원들과 함께 세운 더미래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경제·복지·노동과 관련한 대안보고서를 만드는 데 전념할 계획이다.
이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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