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둘째)과 정진석 원내대표(맨 왼쪽)가 3일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맨 오른쪽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와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만찬을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당 쇄신과 화합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3일 저녁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만찬을 함께했다. 원조 쇄신·소장파이자 당내 잠재적 대선 주자들과의 회동을 통해 ‘낀박’(친박과 비박 사이에 끼어 치이는 신세) 처지에서 입지를 넓히려는 행보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의 한 칼국수집에서 이들과 1시간40분간 회동했다.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도 함께했다. 정 원내대표는 회동 뒤 “당 외부의 여론을 듣고 싶어 평소 자주 교류하던 세 사람을 초청하고 김 비대위원장을 함께 모셔 막걸리를 마셨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정 원내대표에게 “계파 청산에 고군분투한다”며 격려했고, 정 원내대표는 “앞으로 새누리당 출신 광역시·도단체장 모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당에 인재개발 제도가 필요하다”, “20대 국회 초에 중·대선거구제로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 의원 복당 문제 등 구체적인 현안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정 원내대표는 전했다.
정 원내대표가 김희옥 비대위원장 체제가 발족한 이튿날 당 밖의 ‘쇄신파 잠룡군’과 회동한 것은, 이들을 원군으로 삼아 당내 지도력과 혁신의 힘을 얻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자민련 출신인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내에서 기반이 부족하고, 친박계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낀박’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이와 관련해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에서 “(‘낀박’으로 불리는 게) 기분 나쁘지 않다. 중도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싶다”며 “‘낀박’ 표현이 이 눈치, 저 눈치 본다는 따가운 의미가 있지만 ‘낀박’ 세를 늘려서 완벽한 계파주의 혁파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3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혁신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박계 중심으로 꾸리려다 친박계의 반발로 실패했다. 그 뒤 양 계파의 리더 격인 김무성·최경환 의원과 조율해 김희옥 비대위 체제를 새로 출범시켰다. 새로 꾸려진 비대위에는 친박계가 반대한 이혜훈·김세연 의원이 빠졌다. 이 과정에서 “당내 기반이 약해 우왕좌왕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가시화되면 계파분열적 갈등은 소멸되고 정리될 것이다. 친박·비박은 소멸 단계로 가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21_스크린도어, 박원순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