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입지·대선행보 ‘탄탄대로’
대구동을 힘겨운 승리는 부담
대구동을 힘겨운 승리는 부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모처럼 크게 웃었다. 결연한 표정으로 10·26 재선거전에 뛰어든 뒤 보름만이다. 4곳 재선거에서 모두 승리함으로써 박 대표는 당내 입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박 대표가 온 몸을 던진 상황에서도 일부 선거구에서 쉽지 않은 싸움이 벌어져, 그의 ‘경쟁력’을 둘러싼 의문부호는 말끔히 지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살아난 박근혜 =이번 재선거는 박 대표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이달 초 청계천 새물맞이를 계기로 이명박 서울시장의 주가가 급상승하는 상황에서, 재선거 패배는 곧 대표로서의 지도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었다. 또, 지난 4·30 재·보궐 선거를 압승으로 이끌어 당내 위상을 굳혔듯 박 대표에게는 이번 재선거가 상황 반전의 기회이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 기회를 단단히 붙잡았다. 일찌감치 재선거 ‘올인’을 선언하고 날마다 선거 현장을 누볐다. 선거기간 중 하루 5∼10곳씩 모두 80여차례의 거리유세를 소화하며 유권자들을 만난 탓인지, 박 대표는 26일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며 “손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또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행사를 국가 정체성 논란으로 증폭시킨 것에 대해, ‘성공’이라고 자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 됐다. 색깔론이란 비판을 받는 것 못지 않게,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거뒀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제 박 대표 체제가 한층 안정되고, 대여관계도 새롭게 정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7월까지 박 대표의 임기를 보장한 당 혁신안이 다음달 당원대표자 대회에서 최종 추인되고, 당직 개편도 순조롭게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박 대표는 이번 승리를 토대로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여옥 대변인은 “이제 선거 기여도에서는 어떤 주자보다 확고한 우위를 점했다”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집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본 박 대표는 전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지지에 깊이 감사드린다. 국민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 동을, 경기 광주 신승의 여파 =그러나 지난 4월 경북 영천 재선거에 이어 이번 대구 동을 재선거에서도 ‘딱 부러진’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점은 박 대표에게 부담으로 남게 됐다. ‘박 대표 바람’ 속에서도 이강철 열린우리당 후보는 한나라당의 애초 예상보다 1만여표를 더 얻어갔다. 경기 광주도 2위와의 차이가 2.4%포인트로 아슬아슬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대구 동을의 표심은 지역민의 지지를 믿고 안주하려는 한나라당의 자세에 경고를 보낸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당 활동에서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다음 선거에서도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주류·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당 지지율이 여당의 두배인 상황에서 고전한 것은 당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든가, “선거에선 이겼어도 국가 정체성 논란과 공천 과정 등 리더십의 방향에는 문제가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박용현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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