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옥 “정진석 사과, 진정성 있다면 받아들이겠다”

휴일에 20분간 카페서 회동
정진석 “사과 수용해주셔서 감사”
내일 비대위 회의 참석 여부 안밝혀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커피숍에서 지난 16일 유승민 의원 등 복당 표결 과정에서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려고 찾아온 정진석 원내대표가 고개를 숙인 동안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e-mail]

유승민 의원 복당 결정과정에 실망해 거취를 고민하겠다던 김희옥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에 대해 ‘진정성이 있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또 당무 복귀는 조금 더 고민하기로 했다.

김희옥 위원장은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20분간 회동을 한 뒤 기자들에게 “사과는 진정성이 있다면 수용을 하겠습니다”라면서 “그 외의 사항들은 제가 좀 더 고심하겠다”라고 말했다. 지상욱 비대위 대변인은 “김희옥 비대위원장께서는 아까 직접 말씀하신대로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는 진정성 있게 수용하신다고 하셨다”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비대위가 유승민 의원 복당을 결정할 때 위원장의 뜻과 다르게 위압적인 분위기로 흘러갔고 정진석 원내대표가 “다수 의견에 따르지 않는 것은 범죄행위와 같다”고 말하자 불쾌감을 느끼고 거취 문제를 고민했다. 다음날로 예정된 고위 당정청 회의에 불참한다는 통보를 했다. 이에 친박계가 반발하는 등 당이 계파갈등의 수렁으로 빠졌다. 정 왼내대표가 김 위원장의 자택 인근으로 찾아가겠다고 수차례 제안하고, 김 위원장이 받아들여 이날 회동이 성사됐다.

김 위원장은 당무 복귀를 요청한 정 원내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번 상황을 겪으면서 정말 혼란스럽다. 나로서는 진정으로 잘해 보려고 했는데 말할 수 없는 자괴감이 든다. (일괄 복당이 결정된 16일 비대위 회의는)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었고, 애당심이나 동지애도 그 자리에 없었다. 신뢰도 없고 윤리와 기강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당의 화합을 이끌어내고 어떻게 혁신을 해나갈지 심한 자괴감과 회의감이 든다. 당의 기강이 엉망인데 내가 다시 들어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당이 어려울 때 나로 인해 혼란이 더 가중되는 것은 아닌지 두가지 면에서 고심이 깊다.”

김 위원장의 푸념과 고민에 정 원내대표는 “보수정당의 어려운 현실을 보고 안타까워 하면서 어려운 결심을 해준 어른께 제가 복당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너무나도 거칠고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언사를 행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사죄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에게 “위원장께서 사과를 수용해주신다고 해서 감사드리고, 간곡하게 당무에 복귀해달라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일(20일)로 예정된 비대위 회의 참석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이경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