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만나 사과받고 복귀하면서 권성동 사무총장 교체… 친박계 요구 모두 반영
권 사무총장 “물러날 이유 없다” 반발, 비박계도 “경질 철회”요구…계파갈등 무한반복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커피숍에서 지난 16일 유승민 의원 등 복당 표결 과정에서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려고 찾아온 정진석 원내대표가 고개를 숙인 동안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 복당 결정에 불만을 갖고 거취를 고민해온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당무에 복귀하기로 하면서 비박근혜계의 권성동 사무총장을 교체하기로 했다. 당사자는 물론 비박계는 “본인과 다른 결정을 했다고 경질하는 것이야말로 비민주적”이라고 반발했다. 당이 내홍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김희옥 위원장은 19일 저녁 지상욱 대변인을 통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통합과 혁신을 완수하기 위해 고심 끝에 대승적으로 혁신비대위의 소임을 다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지 대변인은 “비대위를 정상화함과 동시에 비대위원장을 보필할 새로운 사무총장을 인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김 위원장의 거취 고민과 관련해 ‘정진석 원내대표 사과와 권성동 사무총장 사퇴’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사과와 함께 당무에 복귀해달라는 정 원내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복귀 명분으로 비박계인 권 사무총장 교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의 요구가 모두 반영된 것이다.
김희옥 위원장의 김선동 비서실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권 사무총장 교체 방침의 이유에 대해 “그동안 비대위를 운영하면서 권 사무총장이 비대위원장을 보좌하는 역할보다는 독자노선을 많이 걸었다”며 “특히 16일 (복당 결정) 회의 당시 ‘내가 주도하지 않겠다’고 해놓고서 막상 회의가 시작되자 완전히 다르게 작전을 주도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권 사무총장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이날 밤 입장자료를 내 “위원장께서 내게 사퇴 권고를 했으나 사퇴 명분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고 나 또한 물러날 이유를 찾을 수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과 (논쟁이 끝나지 않아) 내일(20일) 오전 다시 만나기로 했음에도, 통화가 끝나자마자 일방적으로 (사무총장 교체 방침이) 언론을 통해 발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당 결정) 표결에 사무총장이 아닌 비대위원으로 참석해 결정했는데, 위원장의 뜻과 다른 결정을 했다고 경질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야말로 비민주적,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원인 비박계의 김영우 의원은 입장자료를 내어 “권 사무총장 경질은 명분도 논리도 없는 처사”라며 “당이 계파를 해체해 혁신하자는 마당에 더욱 속좁은 계파주의로 다시 돌아가는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당내 민주주의가 이게 아니다’라고 했는데, 비대위에서 의결해야 할 사무총장 해임을 마치 비대위원장 혼자 할 수 있는 것처럼 하는 것이야말로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권 사무총장 교체 방침을 사전에 알지 못하고 일방 통보받았으며 김 위원장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은 자택 근처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정 원내대표를 만나 “이건(일괄 복당을 결정한 비대위 회의는) 민주주의가 아니었고, 애당심이나 동지애도 그 자리에 없었다. 신뢰도 없고 윤리와 기강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당의 화합을 이끌어내고 어떻게 혁신을 해나갈지 심한 자괴감과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제가 복당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너무나도 거칠고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언사를 행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사죄한다”며 여러 차례 머리를 숙였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