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인 복거일씨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위 주최 ‘포용적 시장경제와 새누리당의 진로’ 토크 콘서트에서 ‘새누리당의 정체성과 전략’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연합뉴스
새누리당이 잠시 숨겨놨던 ‘보수 본색’을 드러냈다. 집권여당으로서 양극화, 불공정경쟁에 분노한 민심을 달래느라 중도적 정책을 일부 흡수한 것을 자성하고 ‘우클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새누리당은 13일 ‘포용적 시장경제와 새누리당의 진로’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복거일 작가는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삼았던 경제민주화를 집중 비판했다.
복 작가는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에서 부진한 근본적 원인은 정체성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위기의 시작은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박근혜)가 경제민주화를 주요공약으로 내건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복 작가는 이어 “경제민주화는 근본적으로 마르크스주의 세계관에서 나온 개념”이라면서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은 다른 조항과 이질적이어서 들어가서는 안 되는 조항이었다”라고 말했다. 복 작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뒤 공약 실천을 중지했지만 이미 법이 만들어진 터라 부정적 영향을 끼쳤고 결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활기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복 작가는 총선 뒤 유승민 의원 등의 복당 과정도 언급하며 “복당 신청자들의 정체성과 당 정체성 부합 여부를 살피는 절차가 생략돼 분란이 일었다”고 말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정체성을 뚜렷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인 오정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포용적 시장경제는 야당이 말하는 세금 더 거둬 복지를 강화하는 게 아니다. 모든 국민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라면서 “독일, 스위스 등 일류 선진국처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양질의 일자리 만드는 게 정답이다”라고 말했다. 오정근 비대위원은 복거일 작가의 “새누리당의 정체성 망각” 발언에 동의한다면서 “새누리당 정체성에 안 맞는 사람은 스스로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으로 가라”고 말했다. 특히 당내에서 개혁적 목소리를 내는 유승민 의원을 염두에 둔 듯 “왜 새누리당에 앉아서 영남이니까 당연히 당선되니까 선거이익에 안주하면서 정체성 다른 소리 하느냐”라고 말했다.
행사를 준비한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앞서 축사에서 “민생, 일자리, 미래, 청년특위를 만들었지만 기본적으로 기저를 다지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며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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