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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청와대의 입’이 당대표로… 수직적 당청관계 심해질 듯

등록 2016-08-09 19:29수정 2016-08-09 22:27

-전대 이후 새누리 어디로-
박대통령 “우리 스스로 반목 말아야”
전당대회 축사 통해 충성 요구
새누리 청와대 출장소’ 전락 가능성
“당청 관계는 일사불란하겠지만 정권 창출은 어렵게 됐다.”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 결과에 대한 수도권 다선 의원의 평가다. ‘친박 공천 파동’ 때문에 4·13 총선에서 참패했는데도 4개월 만에 당원들이 결과적으로 ‘도로 친박당’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정현 대표는 당선 뒤 기자회견에서 “청와대가 민심과 멀어진다면 대통령과 청와대에 민심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청와대 예속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게 새누리당 안팎의 일치된 전망이다.

이정현 대표 체제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세력의 압도적인 지원으로 탄생했다. 비박 후보 단일화로 위기감을 느낀 친박세력이 전당대회 막판에 이정현 후보를 선택해 표를 몰아줬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대통령의 대변인과 비서를 지낸 사람이 그 대통령 임기 중에 집권여당 총재나 대표로 선출된 전례가 없다.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대등한 관계를 맺는 것은 이제 구조적으로 어렵게 됐다.

이정현 대표 개인적으로도 그렇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뒤 그는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다.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라는 노랫말이 그대로 자신의 심경이었다. 지금 그의 모든 ‘정치 근육’을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정현 대표는 지금까지 의례적 표현이라도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는 등 대등한 당청 관계를 의미하는 발언을 한 적이 별로 없다. 전당대회 구호를 ‘섬기는 리더십’ ‘대표 머슴’으로 설정하고 한없이 자신을 낮췄을 뿐이다. 마지막 연설에서도 그는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외쳐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축사에서 “분열과 갈등을 야기하는 정치도 끝내야 한다. 이러한 정치의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야말로 새누리당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믿는다”며 “우리 스스로가 뭉치지 못하고 반목하고 서로 비판과 불신을 한다면 국민들에게 받는 신뢰는 요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에 ‘무한 충성’을 요구한 것이다. 또 “노동개혁과 경제혁신을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 막혀 있고 규제를 혁파해서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규제프리존특별법은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고 국회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에 ‘과제’를 부여한 셈이다.

이정현 대표 앞에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논란,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 등 민감한 정치 현안도 쌓여 있다. 하지만 그는 3선 의원으로 국회 경력이 짧은 편이다. 호남 출신이라 당내 기반도 허약하고 야당과의 관계가 좋은 것도 아니다. 그가 가진 특유의 성실성과 진정성만으로는 난제를 풀어가기 어렵다. 결국 기댈 데는 박근혜 대통령과 당내 친박세력뿐이다. 이래저래 새누리당은 자칫하면 여의도에 있는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할 처지다.

전당대회 이후 새누리당의 원심력이 커지며 불안정성이 높아지게 된 것은 또다른 문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4·13 총선 패배의 원인이 티케이 중심 친박패권에 의한 공천 실패였는데 새누리당은 바로 그 실패한 모드로 다시 돌아간 것”이라며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세력의 탈당과 대선 막판 여권 후보 단일화 등 여권발 정계 개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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