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부에서 ‘더민주가 이런 식으로 가서 되느냐’는 얘길 많이 듣는다. 그럼 난 이렇게 답한다. 당신네들 지적 만족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27일 전당대회를 끝으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물러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1일 더민주 의원들 앞에서 쓴소리를 했다. 전당대회 전 마지막으로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서다.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는 마지막 의총 자리 같다”는 말로 시작한 김 대표의 발언은 집권여당에 대한 비판을 거쳐 소속 의원들에 대한 충고로 이어졌다.
“지난번 총선에서 더민주에 보내준 국민의 지지를 그저 즐거워할게 아니라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집권 의지가 없고 집권할 능력을 보이지 않으면 정당으로서 존재가치가 없다. 더민주에 와서 만 7개월만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는 시점이 됐는데, 어떤 문제에 대해 냉정한 검토와 신랄한 토의를 거쳐서 (결정을 내리면) 당이 일사불란하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의 지속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이런 김 대표 발언의 행간에선 ‘더민주의 총선 승리는 운동권·이념 정당의 구태를 벗고 정책·수권정당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란 자부심과 ‘더민주가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회귀하면 집권은 요원해진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읽혔다. 최근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당의 모호한 태도와 관련해 당밖 식자층과 열성 지지자들의 비판이 비등하는 것에 대해서도 적극 항변했다.
“(당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나는 이런 얘기를 한다. 당신들 생각에 더민주가 취하는 태도가 애매모호하고 맞지 않을지 몰라도, 우린 집권이 가장 중요과제이기 때문에 당을 이렇게 끌고 갈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내놓으려던 메시지는 발언 말미에 나왔다. “여러 의원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충분히 안다. 그러나 왜 대표라는 사람이 저런 행동 취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 나도 관행대로 당을 운영하면 편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라 상황과 세계가 변화하고 있는데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당을 운영해선 국민의 뜻을 받들 수 없다.”
김 대표의 연설이 끝나자 ‘관례’대로 의원들은 박수를 쳤다. 하지만 의총의 마지막 연설에 걸맞는 박수의 강도는 아니었다. 몇몇 의원들은 연설이 이어진 5분여 내내 스마트폰을 보거나 당직자들이 나눠준 유인물을 읽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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