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추미애(왼쪽부터), 이종걸, 김상곤 후보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수원/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최고위원 겸하는 시도위원장
전남·대구·제주 빼고 휩쓸어
친문 온라인 권리당원 세과시
여성·청년·노인위원장도 주류간 경쟁
사상초유 ‘주류일색 지도부’ 가능성
주류 내부도 “이건 아니다” 우려
전남·대구·제주 빼고 휩쓸어
친문 온라인 권리당원 세과시
여성·청년·노인위원장도 주류간 경쟁
사상초유 ‘주류일색 지도부’ 가능성
주류 내부도 “이건 아니다” 우려
더불어민주당의 시·도당위원장 선거가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주류 쪽의 압승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27일 당대표 선거 결과에 따라 사상 초유의 ‘주류 일색’ 지도부가 탄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1일까지 마무리된 16개 시·도당위원장 선거 결과를 보면, 전남·대구·제주를 제외한 13곳의 시·도당위원장을 주류 성향 후보가 차지했다. 더민주의 바뀐 당헌에 따라 이번에 선출되는 시·도당위원장들은 5개(서울·제주, 경기·인천, 충청·강원, 호남, 영남)의 권역별 최고위원직을 맡게 된다. 부문별 최고위원을 겸하는 여성·청년·노인위원장도 주류 성향 후보끼리 경쟁하는 구도여서 8개의 최고위원 자리는 이변이 없는 한 주류 쪽이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
더민주 관계자는 “선거 전부터 주류 독식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결국 현실화됐다. 당대표가 주류가 되든 비주류가 되든, 당의 모든 역량을 모아 내년 대선을 치러야 하는 우리 처지에선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전국 단위에서 상위득표순으로 5~6명을 뽑는 과거의 최고위원 선출 방식에선 당내 세력분포에 따라 주류·비주류가 3 대 2 정도로 자리를 나눠 가졌지만, 시·도당위원장이 최고위원을 겸하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새 방식은 전국을 시·도 단위 선거구로 쪼개 최다득표자에게만 지도부 진입 자격을 주는 ‘소선거구 승자독식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주류의 지도부 독식이 현실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주류 진영 내부에서도 나온다.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수도권 3선의원은 “선출 당직을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주류가 싹쓸이하면, 내년 대선 경선도 마찬가지로 흘러가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 (문재인의 경쟁자인) 박원순·손학규가 왜 따로 만나는지를 잘 헤아려야 한다”고 했다.
‘친문재인’ 성향의 온라인 입당자들이 이번 전당대회부터 권리당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도 주류 독주를 가능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온라인 권리당원은 전체 권리당원 21만명 가운데 3만5천여명에 불과하지만, 자진 입당자가 대부분이어서 전통 권리당원에 견줘 투표율이 월등히 높고 정치적 경향성도 뚜렷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런 흐름은 21일 경기 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린 경기도당대의원대회에서도 확인됐다. 이날 권리당원 투표율은 35.7%에 달해 20% 안팎에 머물렀던 과거 권리당원 투표율에 견줘 월등히 높았다. 개표에서도 문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전해철 후보가 권리당원들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비주류 이언주 후보에게 압승을 거뒀다. 대의원 투표에서 이미 ‘57.5% 대 42.5%’로 앞섰던 전 후보는 권리당원 투표에선 ‘68.9% 대 31.1%’로 격차를 더 벌렸다(합계 득표율 36.7% 대 63.3%). 앞서 20일 서울시당대의원대회에서는 문 전 대표 쪽이 지원한 김영주 후보가 호남 출향민과 친박원순계의 지원을 받은 박홍근 후보에게 대의원 투표(48 대 52)에서 지고도 권리당원 투표(57.8 대 42.2)에서 압도해 승리했다. 이틀에 걸친 시·도당대회 결과를 두고 더민주 핵심 당직자는 “이미 수적으로 우세했던 친문재인 진영이 내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온라인 권리당원이란 날개까지 달게 됐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셈”이라고 평했다.
하어영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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