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국민의 ‘스피커’로서 현안 지적했으나
국민 입장에서 추경 필요성 절감”
‘소통’과 ‘자기 정치’ 욕구 반영 해석도
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이 2일 저녁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정상화와 추경안 처리를 논의하기에 앞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손을 내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는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새누리당을 자극할 ‘작심발언’을 왜 한 것일까? 그리고 왜 하루 만에 본회의 사회권을 부의장(박주선)에게 넘겨주며 사태를 풀었을까?
‘개회사 논란’이 마무리된 2일 저녁 정 의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다른 뜻은 없었다. 국회의장은 ‘국민의 스피커’다. 국민들이 답답해하는 부분들을 의회의 대표로 지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의장의 국회연설은 여러 현안에 대해 실무진이 초안을 작성하면, 의장이 검토하며 필요한 메시지만 담는 방식으로 정리한다. 휘발성 있는 현안인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와 ‘사드배치 논란’ 등을 정 의장이 직접 선택한 것이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의 강한 반발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떤 국회의장이 그런 분란을 예상하고 개회사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장 주변에선 “정 의장이 여당의 반발로 인한 파행사태까지도 예측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러 차례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역임한 만큼 갈등과 조정의 수위를 잘 아는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 의장이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은 ‘소통’과 ‘자기 정치’에 대한 욕구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정 의장은 다선의원 가운데선 드물게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지지자들과 직접 소통하기를 즐기는 편이다.
더민주의 한 중진 의원은 정 의장의 개회사에 대해 “국회의장이 되면 스스로를 국가의 한 축이라고 생각한다. 소속됐던 당도 내려다보게 된다”며 “여당의 주장처럼 야당의 손을 들어준다기보단, 대중정치인인 그가 자기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의장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 의장은 국회 파행사태 속에 인기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지난 6월 국회의장에 취임한 뒤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그런 정 의장이 하루 만에 반보 물러나며 여당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것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추경안 처리 실패로 이와 연동하기로 했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와 ‘농민 백남기 진상규명 청문회’ 등이 무산될 경우 그 책임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했을 것이다. 정 의장은 이날 통화에서 “추경안과 2017년 본예산안이 함께 국회에 계류돼선 안 되잖나. 추석 전에 추경을 통과시켜야 예산이 제때 필요한 곳에 도착할 것 같아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했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언니가보고있다 33회_김광진 “안희정 돌풍 상당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