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선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0대 국회 첫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새누리당-호남 연대론’을 제시했다. ‘호남 출신 첫 선출직 보수여당 대표’로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의 지지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5일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호남이 당장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다고 변방정치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 호남도 주류정치의 일원이 돼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재도약을 위해 호남과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연대정치, 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복 이후 보수세력이 만든 한국민주당을 언급하며 “한민당은 호남 지주들이 주축이 된 정당이었다. 호남은 진보도 과격도 급진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전신, 이전의 보수 정부가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호남을 차별하고 호남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새누리당 대표로서 이 점에 대해 참회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야당을 향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와 사실상 대선불복 형태의 국정 반대, 국가원수에 대한 막말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대선불복의 나쁜 관행을 멈추자”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김대중 대통령 집권시절 국정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못한 점, 국민이 뽑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던 것 역시 사과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파견근로자법 등 노동 관련 4개 법안과 규제프리존특별법의 내용을 설명하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추진하는 청년수당을 겨냥해서는 “일부 정치인이 현금은 곧 표라는 정치적 계산으로 청년들에게 현금을 나눠주고 있다. 단지 표를 얻기 위해 미래세대의 돈을 훔쳐 무상복지를 실시하겠다는 경솔함에 회초리를 들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치개혁과 관련해 “국회가 ‘헌정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를 1년 시한으로 설치해 혁명적인 국회 개혁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국회의원이 아닌 객관적 외부인사들에게 진단을 맡겨서 의원 불체포·면책 특권 등을 없애는 “정치 대혁명”을 해보자고 했다. 이 대표가 “많은 국민들은 국회야말로 나라를 해롭게 하는 ‘국해(國害)의원’이라고 힐난한다”고 말할 때 의석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부터 개혁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최근의 주요 현안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나 고위공직자의 도덕성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의 연설에 대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우병우 수석 등 현안은 외면한 채 대통령 생각을 전파하는 데 몰두한 아바타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장정숙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특권, 국민안전 등 문제에서 ‘남의 탓’으로 일관했다”라면서도 “김대중 정부의 발목을 잡았던 부분을 사과한 대목은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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