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등 당 지도부·친박 대부분 반색
조원진 의원 “모든 국민이 환영할 일”
비박계선 ‘충청정치’ ‘친박정치’ 비판
강석호 의원 “반 총장 너무 치켜세워”
친박 일부도 “본인 역할 못하면 미래 없어”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도널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왼쪽), 프란스 팀머만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추석 연휴 때 새누리당 안팎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행보 발언이 연휴 뒤인 19일에도 여진을 일으키며 다양한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당 내부에선 ‘반기문 대망론’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제 시작일 뿐이며, 그를 대안으로 보는 이들과 그를 흥행카드로 활용하려는 이들 사이의 지리한 논쟁이 그의 귀국 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그동안 ‘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던 분위기와 달리 여러 최고위원들이 반 총장과 관련한 평가를 쏟아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 뉴욕에서 반 총장을 만나고 돌아온 정진석 원내대표는 “반 총장에게 '지난 10년간 국제외교무대의 수장으로서의 노고를 위로드리고 그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 써달라'는 인사를 드렸다. 반 총장이 금의환향하길 기대하겠다”며 기대감의 수위를 한껏 높였다. 친박계 핵심인 조원진 최고위원도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에 오신다는 것은 여당으로서는 환영할 일이고, 여당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환영할 일”이라며 “들어오셔서 국내 정치에 대한 부분들도 관심을 갖고 보셨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와 조 최고위원은 해외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인사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원론적인 언급이라는 입장이지만, 당내 일부에선 각각 ‘충청 정치’와 ‘친박 정치’의 편에서 그에게 지나치게 노골적인 구애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전북이 지역구인 정운천 새누리당 의원은 오전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나와 “(전북에서는) 이제 ‘광주 모델’보다는 ‘충청도 모델을 따르자, 이런 이야기를 주장하는데 그게 좀 먹혀들어가고 있다”면서 “(전북에서) 반기문 총장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새누리당의 대안은 반기문 총장도 충분히 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반기문 대망론에 가세했다.
하지만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일한 비박계 인사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런 당내 분위기를 우려하며 “반 총장과 같이 그런 훌륭한 분들이 와서 대한민국 정치에 대해 보탬이 되면 좋을 것”이라면서도 “다들 공평하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 반 총장이 무슨 구세주라도 되는 양 너무 치켜세운다면 우리 정치사에 부끄러운 부분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꼬집었다. 당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는 지나친 ‘반기문 띄우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친박계인 이장우 최고위원 역시 “반 총장이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게해드리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도지사,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도외시하고 벌써 대권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본인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면서 미래로 가는 길은 없다”며 최근 여러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대선행보를 본격화하는 것까지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반 총장이 대선과 관련한 국민적 관심을 야당 쪽에 빼앗기지 않는 좋은 카드라는 점에 대해서는 당내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충청도가 지역구인 홍문표 의원은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나와 “(반 총장의) 정책과 조직과 인맥이 서서히 드러나줘야 하는데, 지금은 자기 의지표명은 분명한 것 같은데 삼박자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 또 준비되지 않으면 쉬운 게임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문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주자로 부각돼 있는 만큼 본인의 생각이나 구상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분명하고 투명하게 해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도 “요즘은 워낙 여론이 빨리 형성이 되고 또 빨리 변하기 때문에 (대선까지) 1년 반은 충분히 긴 시간”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