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재단 의혹에… 황총리는 ‘황’구 무언

황총리, 미르·K재단 대정부 질문에
“확인된 게 없다” “비선실세 없다”
회의록 위조 분명한 증거도 ‘모르쇠’

22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이 미르 재단과 케이(K)스포츠 재단의 모금 의혹을 집중 추궁했지만, 황교안 국무총리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사실조차 “확인된 게 없다”고 버텼다. 이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름장어처럼 말씀한다”고 지적하자 황 총리는 “기름장어 아니다. 왜 그렇게 평가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질의에 나선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 재단 설립신고 서류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원선임총회 회의록 등을 언급하며 “그 자리에 없던 인물이 의장을 맡은 것으로 돼 있다. 당시 이사회에 참여한 것으로 돼 있는 정모라는 분은 (그 시각에)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명백한 위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황 총리는 “가정을 전제로 말씀드리기 어렵다.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금방 확인할 수 있지 않으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황 총리는 “특별히 공적인 측면에서 사실 확인이란 것은 증거와 증거판단과 그에 따른 결론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모호한 말로 피해갔다. 박 의원이 “검찰 수사를 요청할 것이냐”고 묻자 “제가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으며, “그럼 관련 부처에서 하도록 할 것이냐”는 질문엔 “제가 지시할 사안이 아니다”고 답했다.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황 총리는 “정확하게 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신속해야 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버텼다. 박 의원이 “재단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돈을 해당 기업에 돌려줘야 하지 않느냐”고 질의하자, 황 총리는 “제가 확인하기론 등록 취소 검토는 없다”고 못박기도 했다.

청와대 방어에만 급급한 성의 없는 대답도 야당의 반발을 샀다. 송영길 더민주 의원이 “(경영이 부실했던) 한진해운에서 10억원을 미르재단에 기부한 것을 아느냐”고 묻자, 황 총리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맞섰다. 송 의원이 “국회에 오면서 공부를 그렇게 안 했느냐”고 따지자 “대정부질문이 3일째로 계속 국회에 와 있었다. 충분한 시간이 없어서”라고 말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실제 황 총리는 두 재단 관련 의혹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황 총리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이 문제를 수사하는 것을 보고받았느냐”는 질문에 “내사를 했다는 말은 들었다”고 답변했다가, 이날 오후 늦게 “언론에서 내사했다고 보도된 것을 들었다”는 의미라고 정정했다.

황 총리는 박 대통령의 측근 최순실씨 등이 ‘비선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제가 이 정부 와서 3년7개월째 되는데, 비선 실세란 그런 실체를 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 이어 총리직을 맡고 있다.

석진환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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