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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해임안 모두 사퇴’ 전례 무시…박 대통령 유례없는 독주

등록 2016-09-25 22:11수정 2016-09-26 10:35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뒷쪽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오른쪽)이 보인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뒷쪽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오른쪽)이 보인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야당 의견 묵살, 굴복만 요구
‘나홀로 국정’ 싸우는 국회 초래

김재수 빌라·금리 특혜 외면한 채
“의혹 모두 해소” 강변

2003년 김두관 해임 때
정진석 “민의 표출” 강조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해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헌정 사상 국회를 통과한 장관 해임건의안을 거부한 첫 대통령이란 기록을 남기게 됐다. 박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거부한 이유로 든 내용조차 야3당을 설득하기는커녕 일반 여론과도 괴리가 커보인다.

국회 의안정보 기록을 보면, 제헌 국회 이후 지금껏 81건의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제출됐다. 이 가운데 임철호 농림부(1955년), 권오병 문교부(1969년), 오치성 내무부(1971년), 임동원 통일부(2001년), 김두관 행정자치부(2003년)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의결됐고, 이들 모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앞선 세 장관의 사례와 달리 임 장관과 김 장관의 해임은 헌법상 강제규정이 아니었지만, 이들 역시 여야의 극단적 대치에 따른 국정 파행을 막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 해임건의안 당사자였던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참 일할 시기에 한나라당이 ‘대학생들이 미군 장갑차를 막아서는 시위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국민들은 ‘상어가 해녀를 물면 해수부 장관을 해임하라’ 등 수많은 패러디를 통해 한나라당의 행태를 꼬집었지만, 대통령께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물러났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역대 장관해임안 통과 후 처리 결과
역대 장관해임안 통과 후 처리 결과
하지만 13년이 지나 다시 형성된 여소야대 국회에서 박 대통령은 전임자들과는 180도 다른 선택을 했다. 취임 이래 야당의 주장엔 한치의 타협이나 양보 없이 ‘굴복’만을 요구하는 태도를 굽히지 않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 내세운 해임건의안 거부 사유를 보면 좀 더 분명해진다.

‘직무능력과 무관하게 해임을 건의’했고,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이 모두 해소’됐다는 박 대통령의 거부 사유는 아전인수에 가깝다. 국무위원의 도덕성과 청렴성 등은 직무능력의 핵심이며, 당연히 해임건의 사유에 포함될 수 있다. 야당의 이번 해임건의안 ‘제안 이유’에는 김 장관이 취임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흙수저라 무시당했다’며 의회의 검증 과정을 깎아내린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장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다.

또 박 대통령은 김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모두 해소됐다고 주장하지만, 그가 농림부 국장 시절 농수산물 유통업에 뛰어든 씨제이(CJ)가 지은 빌라를 싸게 매입해 다시 씨제이에 전세를 준 뒤 되팔았고, 농업 분야 공직자가 농협에서 상위 0.03%에 해당하는 특혜 금리를 받았다는 점 등은 농민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흠결이다. 김 장관 자신도 청문회에서 “객관적으로 보니 다른 데 비해 낮은 금리가 돼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세 번째 거부 사유로 밝힌 ‘새누리당 요청을 감안했다’는 대목도 의아스럽긴 마찬가지다. 국회의 다수인 야3당은 무시하고, 향후 새누리당만 붙들고 국정을 끌어가겠다는 선언이라고 할 만하다.

더구나 과거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다수 야당으로서 해임건의안을 처리했을 때 보였던 반응은 이번과 전혀 딴판이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번 해임건의안 통과 뒤 “야당이 의회 권력에 취해 브레이크 없는 광란의 질주를 하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지만, 10여년 전엔 달랐다. 2001년 9월5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초선이었던 정 원내대표는 이틀 전 임동원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에 대해 “30년 만에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일 자체가 소중한 민의의 표출이요, 원의의 결집”이라고 주장했다. 김두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다음 날인 2003년 9월4일에도 정 원내대표는 “대다수의 법조계 인사들이나 법률학자들은 ‘(해임건의안을 규정한) 헌법 63조가 국회의 의결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귀결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 것 같다”며 대통령의 건의안 수용을 촉구했다. 현재 야당의 주장과 같은 논리다.

석진환 김남일 기자 soulfat@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34_‘친구 없는 사람’의 ‘동네 친구’,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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