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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정세균 척결” “야당은 짐승성” …말폭탄 쏟아내는 새누리당

등록 2016-09-26 15:02수정 2016-09-27 11:38

[새누리당 의총, 격앙 분위기]
“야당 대권병 환장, 대통령 탄핵할지 몰라”
이정현 대표 단식 선언, 국감 보이콧 등 ‘야당 코스프레’
“국민 눈에 여당의 보이콧 낯설어” 당내 일부 우려도
이정현 대표(앞줄 왼쪽)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26일 오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를 마치며 “더민주의 하수인 자처하는 정세균 물러나라”,  “의회주의 파괴하는 정세균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 대표(앞줄 왼쪽)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26일 오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를 마치며 “더민주의 하수인 자처하는 정세균 물러나라”, “의회주의 파괴하는 정세균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헌정 역사를 지켜온 족적에 궤변스런 행동과 말로 흠집 내는 정세균 그들을 척결하고, 빈정거리는 야당 우상호와 그 독재자를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야당의 야만성, 짐승성, 독재성을 알려가야 한다. 특히 국민의당은 밥 한술 얻어먹으려고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김순례 새누리당 의원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 발언이다. 집권 여당의 의원 입에서 ‘척결’, ‘야만’ 등의 단어가 줄줄이 나오는 장면은 국민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지만, 야당이 아닌 집권 여당의 대표가 단식농성을 하는 것 역시 초유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정사에서 처음으로 국회를 통과한 해임건의안을 거부한 것만큼이나 낯설다. 정부·여당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24일 새벽 국회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뒤 새누리당은 ‘24일 새벽 의원총회’ → ‘25일 오후 원내대책회의와 최고위원회의’ → ‘25일 심야 의원총회’ → ‘26일 오전 의원총회’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회의에서, 의원들은 격앙된 감정을 거르지 않고 거친 발언들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기자들 사이에선 80년대 반독재 시위 현장에서 나왔을 듯한 격문이 넘쳐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가장 집요한 공격을 받은 이는 정세균 국회의장이었다. “정세균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사기극이 드러났다. 정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의 당론 수행의 하수인, 야당의 정치흥정에 앞잡이 노릇을 했다.” 정 의장이 24일 본회의장에서 해임안 투표 당시 더민주 의원에게 “세월호특조위, 어버이연합 둘 중에 하나 내놓으라는데 (새누리당이) 안 내놔…”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진 뒤인 26일 새벽 2시30분, 김정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낸 논평 중 일부다.

전날과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정 의장에 대한 성토는 이어졌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정세균 의원은 반의회주의, 의회독재자, 의회민주주의 파괴, 더불어민주당의 행동대장일 뿐이고 더는 국회를 대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세연 의원은 “국회의장‘이었던’ 사람에서부터 촉발된 의회파괴는 시정돼야 한다”는 과거형 발언으로 정 의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국회의장이 야당과 작당하여 자신들의 불순한 정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생사람 김재수를 잡은 것이다. 인격살인”이라고 규정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정 의장이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의 시간 끌기에 훈계성 발언을 한 것을 언급하며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라는 속담을 꺼내 당내 의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정 의장을 겨냥한 새누리당의 이런 집중 공세는 소수 여당으로서 향후 원내전략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시행 뒤엔 다수당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날치기 법안처리 등을 할 수 없다. 어느 당도 홀로 독주할 수 없는 상황에선 사회권을 가진 국회의장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사퇴’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 일을 계기로 정 의장의 행동반경을 확실히 묶어둘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 의총 등에서는 이번 해임건의안을 공조해 통과시킨 야당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성토가 쏟아졌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대권병에 환장한 사람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이것은 도둑이 집주인에게 몽둥이 들고 달려드는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야 원내대표들이 정 의장과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이번 해임건의안과 세월호특별조사위 기간 연장, 어버이연합 청문회 등을 연계해 논의한 것에 대해서도 “더러운 거래 요청”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어 야당을 싸잡아 “(박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선거 결과에 승복 않는 사람이 대통령을 쓰러뜨리려는 음모가 아니고선 이럴 수 없다. 대통령이 쓰러질 때까지, 탄핵까지 할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은 “해임건의안 자체는 분명히 내용이 조작됐고, 언론 통해서 선동했다. 이 행태는 나치의 괴벨스랑 다를 바 없다. 이게 어떻게 민주주의냐, 독재다”라고 주장했다. 정태옥 의원은 한때 야3당의 공조 파기가 논의됐던 국민의당을 향해 “3당이라고 내세우며 안보는 보수 하고 경제는 진보하겠다는 그럴듯한 말을 해서 기대했는데, 이번 사태로 박지원의 간교한 이중성을 똑바로 봤다”고 말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엄호하기 위한 발언들도 눈에 띄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조금 부적절한 이야기를 했다고 그게 해임 사유가 되나? 길에 휴지 버렸다고 손목을 자를 수 있나?”라고 일갈했다. 10여년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한총련의 미 장갑차 점거 시위를 못 막았다는 이유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을 때, 누리꾼들 사이에서 ‘우리집 인터넷이 안되니 정보통신부 장관을 자르라’고 비꼬았던 장면을 연상시키는 발언이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들이 국무위원의 긴 답변을 유도해 시간을 끌었던 새누리당의 전략에 대해 “헌정사에서 국무위원을 상대로 기회를 준 첫 사례인데, ‘필리밥스터’라는 평가로 호도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와 유가족들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김 의원은 “150억 들어간 특조위에서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 유가족 대부분은 자식 잃은 슬픔 가슴에 묻고 생업으로 돌아간 분들 많다. 더민주 의원들 중에도 ‘유가족한테 시달려 죽겠다’하는 분들 몇 분 안 된다. 거기엔 지금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붙어있다. 더민주는 그 사람들 입 빌려 자기들 목적 달성하려고 하는 동업자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총회 등에서는 주로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적극적인 발언에 나서며 국정감사 보이콧 등 강경한 주장을 펼쳤지만, 일부에선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을 모두 젖혀두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찬우 의원은 “국감 대처는 당 지도부가 방향을 주면 좋겠다. 금년 말까지 보이콧을 할 것도 아니고, 국민의 눈으로 보면 여당이 보이콧하는 모습이 낯설다. 해야 될 일은 하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호 최고위원도 “야당이 이번에 한 행동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여당은 국정운영의 책임자이다. 국정이 하루라도 중단되어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석진환 이경미 박승헌 기자 soulfat@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34_‘친구 없는 사람’의 ‘동네 친구’,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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