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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국감 거부, 단식, 말폭탄…새누리당의 ‘야당 코스프레’

등록 2016-09-26 19:45수정 2016-09-27 11:39

“정세균 척결” “야당의 짐승성·독재성” 격한 발언
“국민 눈에 여당의 보이콧 낯설어” 당내 일부 우려
“의장 사퇴와 연결될 문제 아냐… 당 대표 단식 명분 없어” 지적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며 우리 국회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이런 의사 표현 방식은 지금껏 대부분 야당의 도구였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선 아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무기가 됐다. 20대 국회 출범 뒤 새누리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고,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더니, 이번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를 이유로 의회의 최대 ‘의무’이자 ‘권한’인 국정감사마저 거부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26일 집권 여당 대표로서는 헌정사에서 처음으로 단식농성을 시작하며 그 꼭짓점을 찍었다. 20대 국회가 출범한 지 4개월도 지나지 않아, 과거 야당이 썼던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한 것이다. 더구나 이 대표는 국정감사 첫날부터 단식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선택함으로써, 여야가 당장 소통할 수 있는 통로 자체를 막아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구나 이 대표는 2014년 10월 대정부질문에서 “선거제도가 정착된 나라 중에 단식투쟁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나라는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국회의원의 특권이 시작되고 있다”며 당시 세월호 유족과 함께 단식했던 문재인 의원을 비판한 바 있다.

새누리당의 이런 ‘야당 코스프레’는 일차적으로 불리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을 우회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장관은 물러나지 않았고, 야권의 공격을 받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도 멀쩡하다. 달라진 게 별로 없는데도 새누리당이 국정감사 거부라는 강수를 들고나온 것은 결국 국정감사 과정에서 연일 청와대 관련 의혹이 쏟아지는 상황을 피하고 보자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재량권을 갖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비박계 인사는 “당대표는 청와대 의중을 실천하는 데 충실하고, 원내대표는 친박계에 포위돼 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 격렬히 저항하면 욕은 좀 먹겠지만 야당도 국민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란 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24일 새벽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뒤 지금껏 새누리당이 보여준 대응을 보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주장하며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고 있다. 숱한 의원총회를 거치면서도 성토만 있을 뿐 어떻게 하자는 내용이 뚜렷하게 잡히지 않는다. 의원들은 격앙된 감정을 거르지 않고 거친 발언들을 가감 없이 쏟아내며 야3당과 정세균 국회의장의 감정만 자극했다.

김순례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헌정 역사를 지켜온 족적에 궤변스런 행동과 말로 흠집 내는 정세균 그들을 척결하고, 빈정거리는 야당 우상호와 그 독재자를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야당의 야만성, 짐승성, 독재성을 알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정현 대표도 “(박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선거 결과에 승복 않는 사람이 대통령을 쓰러뜨리려는 음모가 아니고선 이럴 수 없다. 대통령이 쓰러질 때까지, 탄핵까지 할지 모른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가장 집요한 공격을 받은 이는 정세균 국회의장이었다. “의회독재자, 의회민주주의 파괴, 더불어민주당의 행동대장”(이장우 최고위원), “국회의장이 야당과 작당해 생사람 김재수를 잡은 인격살인”(김도읍 원내수석부대 표) 등의 성토가 이어졌다.

새누리당 의원총회 등에서 주로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적극적인 발언에 나서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지만 일부에선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을 모두 제쳐두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찬우 의원은 “국감 대처는 당 지도부가 방향을 주면 좋겠다. 금년 말까지 보이콧을 할 것도 아니고, 국민의 눈으로 보면 여당이 보이콧하는 모습이 낯설다. 해야 할 일은 하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호 최고위원도 “야당이 이번에 한 행동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여당은 국정운영의 책임자이다. 국정이 하루라도 중단되어선 안 된다”고 제안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34_‘친구 없는 사람’의 ‘동네 친구’,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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