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회·정당

국감 참여하겠다는 국방위원장 감금…새누리 ‘막장드라마’

등록 2016-09-27 23:15

김영우 “의회민주주의 따르겠다” 국감 참여 선언
의원들 몰려가 저지·고함
당 일각 “강경론, 청 의중 반영”

“김재수 사퇴했으면 좋았을 것”
“미르·K스포츠재단 납득 어려운 부분 있어”
이혜훈·나경원 등 조심스러운 쓴소리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뒷줄 앉은 이)이 27일 오전 국정감사 보이콧이라는 당 방침과 달리 국감 참여를 선언하자, 이날 낮 같은 당 의원들이 국회 국방위원장실로 김 의원을 찾아가 “국감에 가지 말라”고 설득한 뒤 위원장실을 떠나고 있다. 김 의원은 위원장실에 ‘감금’돼 국감장에 가지 못했다. 왼쪽부터 경대수·김성태·황영철·김도읍·주광덕 의원. 공동취재사진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뒷줄 앉은 이)이 27일 오전 국정감사 보이콧이라는 당 방침과 달리 국감 참여를 선언하자, 이날 낮 같은 당 의원들이 국회 국방위원장실로 김 의원을 찾아가 “국감에 가지 말라”고 설득한 뒤 위원장실을 떠나고 있다. 김 의원은 위원장실에 ‘감금’돼 국감장에 가지 못했다. 왼쪽부터 경대수·김성태·황영철·김도읍·주광덕 의원. 공동취재사진

국회 국정감사 이틀째를 맞은 27일 국회에서는 여당의 국감 보이콧과 당 대표 단식에 이어, 이젠 국감에 참석하려는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당 소속 의원들에게 감금을 당하는 ‘막장 드라마’까지 펼쳐졌다. 감금당한 이는 훈련 중 헬기 추락과 사드 배치, 북한 핵실험 등 안보 현안에 대한 국감을 책임진 국회 국방위원장이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당 소속 국방위 위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은 오전 10시께였다. “저는 오늘 오후부터 국정감사에 임하기로 했습니다. 국정감사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이고, 저는 제가 생각해왔던 의회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김 의원은 이어 “북한의 위협이 한층 가중되고 있는 상태에서 국방위의 국정감사마저 늦추거나 하지 않는다면 장병들이 누구를 믿고 경계근무와 훈련에 임하겠느냐”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 방침에 반기를 든 첫 이탈자였다.

이후 김 의원은 오후 1시57분께 당 소속 국방위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제가 지금 국방위원장실에 갇혀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의회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호소했다. 앞서 김 의원은 오전 10시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감 참여 뜻을 전한 뒤 동료 의원들의 만류를 뒤로하고 국회 국방위원장실로 돌아온 참이었다. 하지만 이후 ‘정세균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성태 총괄본부장과 조원진 비대위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위원장실로 몰려갔다. 김무성 전 대표도 합류했다. 위원장실 안에서는 “너를 살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막는 거야!” 등 고성이 들려왔다.

김 의원은 결국 이날 오전 11시30분께부터 2시30분께까지 3시간가량 자신의 방에 ‘감금’됐고, 오후에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감에 참석할 수 없었다. 김 의원을 기다리던 야당 국방위원들은 결국 국감 일정을 취소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날 김 의원의 국감 참여 선언과 뒤이은 감금 사태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통과 뒤 강경한 대응을 유지하고 있는 새누리당 내부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정현 대표의 단식 돌입 이튿날 당 내부에서는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아 역풍이 불 수 있다”, “국감을 마냥 거부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도부가) 옛날처럼 정치력으로 대화와 협상을 하는 팀이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이 하는 일이 옳은데 왜 방해를 하느냐는 수준”이라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한 비주류 의원도 “토요일 새벽 해임건의안 통과 뒤 아무일 없다가 갑자기 일요일 밤 10시부터 강경 대응하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안에 대한 다른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비박계인 이혜훈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김재수 장관이) 농림부 직무와 직접 연관이 된 농협의 특혜 대출을 받은 건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며 “김 장관이 국정에 부담을 주지 말고 사퇴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빨리 국회의 기능인 국정감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진인 나경원 의원은 최대 현안인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보인다”며 당내 주류와는 다른 기류를 보였다.

그래도 지도부는 요지부동이다. 이정현 대표는 정세균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을 이어갔다. 새누리당은 28일 오후에는 국회 본관 앞에서 당원 3000여명이 참석하는 ‘정세균 사퇴 관철을 위한 당원 규탄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당 지도부는 각 의원 보좌관과 광역·기초의원 전원 소집령을 내렸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27일 의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해 “국회의장이 뒷골목 청부업자들이나 하는 말을…(했다)”(조원진 최고위원), “법치 파괴 지능범, 상습범으로 전락”(이장우 최고위원) 등 격한 말들을 쏟아냈다.

석진환 김남일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