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야권이 주도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정세균 국회의장이 물러나든지,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라며 9월26일 집권당 대표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동시에 국정감사도 거부했다. 악화된 여론에 새누리당은 일주일만에 국감에 복귀하고 이 대표의 단식도 중단했으나, 국감에서도 새누리당은 최순실·차은택씨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석을 막는 등 ‘청와대 보호’에 힘쏟고 있다. 사진은 단식 닷새째인 지난달 30일 오후 이정현 대표의 모습.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3일로 4·13 총선이 치러진 지 꼭 6개월이다. 16년 만에 3당체제로 바뀐 20대 국회에 대해 ‘여야 협력정치’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오히려 대치만 심화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총선 직후 20대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 협상에서 국회의장 자리를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다수 야당’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하지만 8월에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친박근혜계가 다시 당을 장악한 뒤에는 변화와 개혁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정현 대표가 취임 다음날 “대통령에 맞서는 게 정의라고 생각한다면 여당 의원 자격이 없다”고 한 말은 앞으로 벌어질 대야 관계를 알리는 서막이었다. 새누리당은 9월 정기국회 개원일에 청와대를 비판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문제삼아 의장실을 점거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하자 국정감사 거부와 이정현 대표 단식농성으로 국회를 파행시켰다. 이 덕분에 박근혜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거부 논란은 잠잠해졌다. 국감 복귀 뒤에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정권실세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들을 증인으로 채택하기를 거부했다. 비판 여론도 상관없는 듯 오로지 ‘정권 지키기’에만 주력한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2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총선 뒤 반년 동안 새 정치를 위해 전진하지 못해 송구하다”면서도 야당을 비난했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국민의당을 향해 “지난 6개월간 국민의당은 조정자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였다”고 공격했다. 정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도 반성했지만 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면 안된다. 이니셔티브(해결 주도권)는 힘 있는 다수당이 갖고 있다. 다수 야당이 먼저 (타협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비주류인 하태경 의원은 <한겨레> 통화에서 “당에 전략이 없다. 현안별로 야당과 협력할 것과 지킬 것을 나눠 대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이슈가 생기면 즉자적인 대응만 한다. 국정을 안정화시켜야 하는 여당이 정국 난맥을 강화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3당 체제를 만든 총선 민심과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다면, 새누리당으로선 외연을 넓히고 중도층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총선 참패 책임이 있는 친박계는 당을 장악한 뒤 성찰이나 개혁과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친박계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당 대선후보가 되면 중도층이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에 묻혀 당의 전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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