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4대 기업 경제연구소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소장, 황규호 에스케이(SK)경영경제연구소장, 문 전 대표, 차문중 삼성경제연구소장, 김주형 엘지(LG)경제연구원장, 조윤제 국민성장 연구소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매머드급 정책 싱크탱크를 띄운 데 이어 삼성경제연구소 등 대기업 산하 연구소장들과 정책 간담회를 가지며 대선 주자로서 ‘경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르재단 스캔들’ 등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가 주장되는 시기에 문 전 대표가 대기업의 논리를 대변하는 이들을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13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차문중 삼성경제연구소장, 황규호 에스케이(SK)경영경제연구소장, 김주형 엘지(LG)경제연구원장,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소장 등 4개 기업 경제연구소장과 간담회를 열고 대기업의 사회적 구실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는 문 전 대표가 직접 제안해 성사됐다. 문 전 대표 쪽은 “4대 기업 경제연구소장과 간담회를 갖는 것은 야권의 대표적 인사로는 처음있는 일로, 광폭 경제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2시간 넘게 이어진 간담회에서 “경제성장률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어떻게 다시 찾을 수 있을지 해법을 듣고 싶다”며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에게 가게 하지 않고 국민 모두에 골고루 재분배해 수출과 내수가 함께 가는 성장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재벌 대기업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중소기업과의 공정거래,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을 당부했다. 문 전 대표의 이런 행보는 야권의 ‘반재벌’ 이미지를 상쇄하고 외연을 확장하려는 몸짓으로 풀이되지만, 시기와 방식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이날 당 안팎에선 거센 비판이 터져나왔다. 박영선 의원(더민주)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참여정부가 삼성경제연구소와 손잡고 집권 후반 재벌개혁 타이밍을 놓쳐 결국 정권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또 그 길을 반복하시겠다는 것인지”라고 짚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국회에서 전경련 해체가 거론되는 때 대기업 경제연구소장들과 간담회를 갖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야권의 다른 대선주자들은 문 전 대표에게 견제구를 날리며 ‘대세론’을 꺾을 반전을 꾀하는 모양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문 전 대표의 ‘국민성장론’ 등을 두고 “그동안 장밋빛 성장론이 참 많지 않았나. 성장도 중요하지만 99 대 1의 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복지를 확대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지금과 같은 정치 환경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필요한 것은 실용적 태도”라며 자신의 행보를 둘러싼 설왕설래를 일축했다. 그는 “이번에 전경련이 보여준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기업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고 인식을 공유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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