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못찾고 무력, 대응책 놓고 당내 갈등 불씨도
친박 핵심들 함구…비주류 “대통령 인식 안이”
친박 핵심들 함구…비주류 “대통령 인식 안이”
대통령 연설문마저 사전에 최순실씨에게 건네졌다는 ‘쓰나미급’ 보도가 휩쓸고 간 25일, 새누리당은 말 그대로 ‘멘붕’(멘탈 붕괴) 상태에 빠진 채 종일 휘청였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낮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했지만, 오후 한 차례 최고위원회가 열렸을 뿐 긴급하게 소집된 중진의원 간담회는 취소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오후 박 대통령의 ‘2분 사과 기자회견’ 이후엔 체념이 절망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변명과 책임 회피로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대통령의 사과가 오히려 분노로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나왔고, 당 차원에선 사태 해결을 위한 출구를 찾기 어렵게 됐다는 무력감도 감지됐다. 새누리당은 26일 예정된 아침 회의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과 세력 관계가 이번 파문을 계기로 어느 쪽으로 번질지 알 수 없게 됐다. 며칠 전까지 ‘근거없는 정치공세’라며 대통령과 청와대를 엄호하던 친박근혜계 주류들의 주장은 자취를 감췄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추진 방침 발표를 환영하며 수세 국면 전환을 기대했던 친박계 핵심들도 불과 하루 만에 입을 닫고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는 태도로 돌아섰다. 이정현 대표만이 “아주 단호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할 것이며, 국민들의 의혹이 전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하지만 이 대표 역시 “나도 연설문 쓸 때 친구의 의견을 물어본다”며 어설프게 박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야당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당했다.
대신 비주류를 중심으로 당의 강경한 대응을 촉구하며 대통령의 ‘탈당’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용태 의원은 “최순실 사태는 대통령의 사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새로 시작되는 것”이라며 “여야가 특검 도입을 합의하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대통령이 당적정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사실상 대통령의 탈당을 주문했다. 수도권 지역구의 한 3선 의원도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 가벼운 것 같다. 새누리당의 부담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자연스럽게 탈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또다른 재선 의원은 “친박 지도부가 우물쭈물 계속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당이 두쪽으로 갈릴 수도 있을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5선의 정병국 의원은 “대통령이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인정하셨으며, 그동안 최순실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의혹도 사실일텐데, 그와 관련한 위법적인 모든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스스로 특검을 통해서라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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