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하야정국으로 몰고가겠다는 거냐”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난 ‘총대’
의장·3당 원내대표 회동자리서
“개헌·특검·거국내각 모두 수용했는데
걷어차버린 이유 뭐냐”
정 퇴장으로 10분만에 파행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 둘째)가 31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정세균 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시작하면서 “야당이 제안한 특검과 거국내각을 수용했더니 걷어차 버렸다”고 비판한 뒤 돌아서고 있다. 정 원내대표의 발언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정치 공세를 더 듣고 있을 수 없다”고 일어서자 정 원내대표가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왼쪽부터 김교흥 의장 비서실장, 정 원내대표, 정 의장, 우 원내대표. 공동취재사진 주재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야당의 거국내각 거부 문제에 대해 항의하며 국회의장실을 나가고 있다. 왼쪽부터 김교흥 의장 비서실장, 정 원내대표, 정세균 의장,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새누리당이 31일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야당을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야권이 먼저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했던 것을 근거로 말 바꾸기와 무책임을 지적한 것이다.

여당을 대표해 ‘총대를 멘’ 이는 정진석 원내대표였다. 그는 이날 아침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두 번이 아니다. 야당이 제안한 개헌, 받아들이니까 걷어차고, 야당이 제안한 특검, 받아들이니까 걷어찼다”면서 “끊임없이 국정을 혼란스럽게 하고, 대통령을 끌어내려서 하야정국, 탄핵정국으로 몰고 가고, 대한민국을 헌정중단, 국정중단, 아노미 상태로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날 오전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의 회동도 정 원내대표의 반발로 10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정 원내대표가 모임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개헌과 특검, 거국중립내각 등) 야당의 모든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는데, 즉시 걷어차 버린 이유는 무엇이냐?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냐? 하야·탄핵정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냐”고 따진 게 발단이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오자마자 무슨 정치공세냐”고 반발했고, 정 원내대표는 퇴장해버렸다.

평소 같으면 ‘야당이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비판이 먹혀들어 정국이 여야 공방 국면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그동안 특별검사제 도입,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을 놓고 일사불란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여당의 공세에 빌미를 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동책임을 여당에도 묻는 여론이 워낙 거센 탓에, 여당의 어떤 전략도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의 거친 반발 역시 거국중립내각 구성 협상을 통해 인선 논의를 시작하면 상당한 국면전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깨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추후 인선 논의가 암초에 부딪히더라도 야당에 공동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다는 노림수도 벽에 부딪힌 것이다. 거국중립내각 제안 과정에서 새누리당 스스로 야당의 반발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전날 거국중립내각을 당론으로 채택하기 전에 정 원내대표 등이 이미 박근혜 대통령에게 적당한 총리 후보자를 추천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야당으로선 “사태에 책임이 있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미리 총리 인선에 나선 것 아니냐”고 반발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거국중립내각 제안이 국면전환용이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한 상황이다.

석진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