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담화서 ‘사교 의존’ 의혹 강하게 부정
인지능력 정상임을 강조하려는 의도인 듯
인지능력 정상임을 강조하려는 의도인 듯
“청와대 들어온 뒤 가족 간 교류마저 끊었다”
‘최순실과의 끈끈한 관계’ 역설적 방증 박근혜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해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고 강조했다. 최순실씨를 곁에 둔 이유를 “홀로 살면서 개인사를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라고 설명하려다 보니, 가족과 교류를 끊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실제 취임 이후뿐 아니라 그 전부터 가족과 제대로 교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동생 근령씨와는 이런저런 분쟁을 겪으며 의절하다시피 했다. 대선 당시 남동생 지만씨의 부인이자 박 대통령의 올케인 서향희씨가 ‘만사올통’이라는 구설에 오르자 지만씨 부부와도 거리를 뒀다. 서씨가 아이를 낳자 조카를 보러 지만씨 집에서 잠시 만나는 정도였다. ‘정윤회 문건’이 논란이 되던 2015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친분이 있던 지만씨를 겨냥해 “욕심을 달성하려고 이간질하는 데 말려들었다. 그런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야단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날 담화 내용은 가족과 거리를 두면서도 최씨를 곁에 둘 만큼 사이가 끈끈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동생 근령씨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최근에도 한 방송에 나와 “최순실씨로 인해 형제 관계가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 근령씨와 지만씨가 청와대에 “최순실씨의 아버지 최태민씨가 형제들을 이간질하고 만날 수조차 없게 차단하고 있다”고 탄원서를 쓴 일화도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자괴감 들어”
자기한탄뒤 또 질문 안받아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25일 최순실씨에게 연설문 등 청와대 내부 자료가 사전 유출된 것에 대한 사과 이후 열흘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0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입장했다. 짙은 회색 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머리 숙여 인사한 뒤 약 9분에 걸쳐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읽어내렸다. 박 대통령은 여러차례 눈물을 글썽였고, 특히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드려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무엇으로도 국민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말한 뒤에는 목이 메인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 “스스로 용서하기 힘들고 서글픈 마음”, “밤잠을 이루기도 힘들다” 등 감정에 호소하며 몸을 한껏 낮췄다. 하지만 “우리 안보가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 경제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위기’를 강조하고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힐 때는 목소리가 다소 결연해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깊이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며 담화를 마친 뒤 허리 숙여 인사했다. 이어 돌연 기자들에게 다가와 “여러분께도 걱정을 많이 끼쳐서 정말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퇴장했다.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홍보수석만 참석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한광옥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진들이 전원 참석했다. 이를 두고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는 열흘 전 1차 사과에 대해 ‘95초 사과’ ‘녹화 사과’ 등 비판이 나오자, 이날은 담화 발표를 생중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은 채 담화문만 일방적으로 읽었다. 청와대는 전날 저녁까지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여부에 대해 확인을 피하다가, 밤 10시24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대국민 담화 발표 계획을 통보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