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의총서 계파갈등 폭발-
비박 황영철 “이정현 오늘 사퇴하는 게 명분있는 모습”
친박 김진태 “풍랑에 당 대표 제물로 바칠 수 없어”
의총 공개 여부 놓고 막말·고성 난장판
이정현 “꼭 오늘 제가 사퇴한다는 얘기 들어야겠나” 사퇴 거부
비박 황영철 “이정현 오늘 사퇴하는 게 명분있는 모습”
친박 김진태 “풍랑에 당 대표 제물로 바칠 수 없어”
의총 공개 여부 놓고 막말·고성 난장판
이정현 “꼭 오늘 제가 사퇴한다는 얘기 들어야겠나” 사퇴 거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두 번째 사과를 한 4일, 새누리당은 지도부 사퇴를 놓고 의원총회에서 계파간 격돌을 벌였다. 논쟁 속에 정진석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안 통과와 거국내각 구성 문제가 정리되면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 지도부 가운데 유일한 비박근혜계인 강석호 최고위원도 “오는 7일까지 이정현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나 혼자라도 사퇴하겠다”고 선언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지도부 사퇴 주장을 펴자, “사퇴하는 게 맞다”며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고 거국내각이 안정되면, 사퇴하고 원내대표 선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12월2일이지만, 거국내각 구성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8·9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대표 등과 함께 선출된 강석호 최고위원도 지도부 동반사퇴를 요구했다. 강 최고위원은 “(국민들한테는) 이정현 대표는 곧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시각이 있어서 어떤 일을 해도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다. 이 대표가 인적쇄신을 대통령에게 과감히 건의했으니 우리 역할은 다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 사이에 이정현 대표와 다른 최고위원들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7일 혼자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회는 강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이 대표와 조원진·이장우·최연혜·유창수 최고위원 등 모두 친박계다.
애초 이날 의총은 지도부의 사과로 차분하게 시작됐다. 이 대표는 “형언할 수 없이 죄송하고 미안하다. 저는 친박이다. 어떤 의원들보다 저의 죄가 크고 무겁고 책임도 크다”며 “의원님들 의견을 들어서 제가 판단해야 할 사안이 있으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자괴감이 든다. 원내대표로서 다시 한번 책임을 통감하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거듭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직후 토론을 언론에 공개할지를 놓고 난장판이 됐다. 정 원내대표가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하자, 비박계의 김성태·김학용·오신환 의원 등이 “당헌에는 공개가 원칙이다”라며 공개를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가 “그건 지도부의 권한이다. 공개할 거면 나를 탄핵하라”고 소리를 높였고, 김성태 의원은 “의원을 겁박하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이에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이 김성태 의원을 향해 언성을 높였고, 비박계 이종구 의원은 조 최고위원에게 “넌 그냥 앉아. 거지같은 ○○”라고 욕하기도 했다. 5분가량 말싸움 끝에 투표를 거쳐 비공개로 전환됐다.
토론에서는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숫자가 많았다. 발언자 37명 가운데 정병국·김재경·홍문표·황영철 의원 등 19명이 “이정현 체제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학재·김현아 등 친박계 의원들도 동조했다. 황영철 의원은 “(이정현) 대표가 오늘 사퇴하는 게 가장 명분있는 모습이다. 촛불에 밀려 사퇴하는 게 올바른지, 당 스스로 결정해 사퇴하는 게 좋은지 판단하라”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은 “준비된 각본대로 친박이 또 당 지도부와 박 대통령, 최순실 일가를 비호하는 데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학재 의원은 친박계이지만 “당의 얼굴을 바꾸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는 게 대통령을 돕는 길로, 이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세연 의원은 “지도부 사퇴 요구가 당권경쟁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이 ‘비대위원장이나 당권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피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김무성 전 대표는 자리에서 “(비대위원장에) 전혀 관심없다”고 말했다. 김재경 의원은 “진정한 거국중립내각에서 대통령은 당적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도 요구했다.
반면 친박계는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이 어려울 때 지도부를 흔들면 안된다”고 맞섰다. 김진태 의원은 “풍랑에 당 대표를 제물로 바칠 수 없다. 배와 함께 가라앉겠다”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은 “지도부 사퇴 뒤 어찌할 것인지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총 43명이 발언했고, ‘즉각 사퇴’와 ‘수습이 먼저’라는 입장이 반으로 나뉘었다. 이정현 대표는 마지막 발언에서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좋겠다. 중진의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눈 다음에 결정하겠다. 오늘 꼭 제가 사퇴한다는 얘길 들어야 되겠냐, 고조금만 시간을 달라”라며 사퇴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의총에 앞서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 129명 전체 명의로 대국민 사죄문을 발표해 “박근혜 정부가 이렇게까지 망가질 동안 새누리당은 뭐 했나 탄식이 나온다. 이 상황을 미리 막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국민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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