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대통령 건강은요?”…한광옥 “침울한 상태”

한 실장, 여야 영수회담·총리인준 요청…총리 지명 철회 불가 뜻 분명히
이정현 “대통령이 총리지명 절차 여러 번 사과”…사실과 달라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이정현 대표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광옥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오전 취임 뒤 처음으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당 최고위원들을 국회에서 만났다. 신임 인사차 온 것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청와대와 여야 영수회담을 성사시켜 달라”는 부탁을 하러 온 자리였다.

이 대표는 한 실장을 만나자마자 “대통령 건강은 어떠시냐”고 물었고, 한 실장은 “대통령 건강은 사실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고, 상당히 침울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이 대표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 포함한 모든 안위, 안전, 민생, 경제 이런 것들이 워낙 막중하기 때문에 어쨌든 대통령이 건강하셔서 잘 극복해 나가주시라”고 당부했다.

한 실장은 이날 “어려울 때 이 대표님께서 대화의 장을 만들어주십사 부탁을 드린다. 대통령께서는 국회의 의사를 존중하시는 그런 분이기 때문에 특별히 말씀을 드린다. 여야의 대표들께서 한 자리에서 회담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뭐 국회에 오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이어 “총리인준 문제에 대해서도 일단 인준 절차는 좀 밟아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린다”며, 청와대가 김병준 총리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다. 여야 영수회담을 요청하면서도, 야당이 요구하는 여러 조건 중 가장 기본적인 총리 지명 철회조차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이에 “야당 지도자들에게 자존심 다 내려놓고 간곡하게 호소드리고 부탁하고 싶다”며 영수회담 수용을 촉구했다. 하지만 “(야당이) 현재로선 훨씬 유리하고 좋은 처지니까 양보해주고 배려해주셔야 한다. 참 자존심 상하고 환장할 일이지만, 처지가 그렇게 되다 보니까 이렇게 야당에 요청을 드린다”며 야당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 총리 지명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께서 야당 입장을 감안해 거국내각 정신을 살리려고 (김 후보자를) 추천했지만, 경황이 없는 중에 (야당에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무시하는 바람에 비난을 자초했다”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 여러 차례 대통령이 죄송하다는 표현을 했고, 여당에서도 표현했기 때문에, 국정 공백을 최소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총리 지명 때와 그 이후 1차, 2차 사과 때도 총리 임명이나 절차 등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유감 표시를 한 적이 없다. 석진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