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의견 더 수렴해보겠다” 신중론
박대통령 하야 거부하고 버틸때
출구 없는 블랙홀 빠질까 염려
탄핵은 새누리 분당 여부가 관건
“의견 더 수렴해보겠다” 신중론
박대통령 하야 거부하고 버틸때
출구 없는 블랙홀 빠질까 염려
탄핵은 새누리 분당 여부가 관건
‘100만 촛불민심’의 요구가 ‘대통령 즉각 하야’라는 데 있음을 확인하고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고민중’이다. 13일 오후 국회에서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의 결론 역시 “의견을 더 수렴해보겠다”였다.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이번주 내에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민주당의 스탠스를 두고 시민사회와 다른 야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도부가 지나치게 몸조심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연석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오늘 의견을 수렴하고 이번주에 있을 의총과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신속하게 당의 목표와 구체적 방안들을 세부적 로드맵으로 만들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석회의에서는 당의 기조를 ‘전면 퇴진투쟁’으로 전환하고 ‘탄핵 준비 돌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분출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윤관석 대변인은 “당론을 수정해야 한다는 얘기, 전면적 퇴진투쟁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어제 엄청난 민심을 봤기 때문에, 당론 수정 문제가 아니라 (촛불집회에서 분출된) 문제 전반을 어떻게 정치권에서 해결할 것인지 총체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민심이 ‘즉각 하야’라는 것은 확인했지만, 당론 수정을 말할 단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앞뒤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설명이다.
민주당의 이런 ‘엉거주춤’ 행보에는 ‘촛불민심’이란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가 자칫 출구가 안 보이는 ‘정치적 블랙홀’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하야투쟁을 선언하고 장외로 나갔다가, 박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고 버틸 경우 대치국면이 길어지면서 ‘출구’를 찾기가 마땅찮은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일차적 고민이다.
‘최후의 카드’인 탄핵 역시 현재로선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당 지도부의 생각이다. 이날 연석회의에 참석했던 한 중진의원은 “저쪽(새누리당)이 깨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아직은 그럴 상황은 아니라는 게 지도부의 판단같다”고 했다. 섣불리 ‘강경모드’로 전환하기보다 거리의 민심에 적절히 반응하면서 특검과 국정조사로 박 대통령의 법적 탄핵사유가 분명히 드러날 때까지 ‘안전 모드’를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는 속내가 읽힌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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