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이 대표의 사퇴 촉구 단식 농성을 벌이는 수도권 원외당협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일어서자,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오른쪽 둘째)을 포함한 농성자들이 “즉각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새누리당은 14일 이정현 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따로 회의를 주재하며 ‘한 지붕, 두 살림’ 풍경을 연출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일찌감치 “이정현 대표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비주류 주장에 손을 들어준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표가 주재하는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지난 7일 이래로 일주일째다. 대신 정 원내대표는 같은 시간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어 ‘질서 있는 국정 수습을 위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했다.
‘투 톱’의 회의 방향은 완전히 달랐다. 이 대표가 당의 해체를 요구하는 비주류에 맞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당은 수많은 당원이 피땀 흘려 만들었다”며 당의 화합을 강조한 반면, 정 원내대표는 거국내각 구성 협의체 구성을 야권에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는 회의 참석자들에게 “당무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고, 언론에 공개한 모두발언에서도 이 대표가 제안한 ‘1월 전당대회 개최’ 등에 대해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의 이런 행보는 ‘이정현 사퇴’ 촉구를 넘어, 친박계가 장악한 지도부를 대신해 국정 수습의 주축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서 정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이라는 비행기의 두 엔진 중 하나가 꺼졌다. 대통령에 대한 도덕적 신뢰가 무너져 행정부의 기능이 마비됐다”고 지적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수습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사태 수습 능력이 없는 당 대표 대신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대표는 여야 협의로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되는 대로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당 안팎에선 그를 거부하고 있다. 비주류는 ‘당권 연장을 위한 꼼수’로 보고 있으며, 야권은 최순실 사태의 핵심 책임자인 이 대표 등 친박은 사태 수습의 자격이 없다는 태도다.
이 대표는 더욱 수세에 몰리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대표는 “아픔을 딛고 또 다른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가기 위해 당의 단합을 간곡히 호소한다”는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했다. 당 해체를 요구하는 비주류의 공세를 막는 데 집중하느라, ‘100만 촛불’ 민심에 화답할 정치력을 발휘할 처지가 못 된다. 비주류는 이날 오전에도 회동한 뒤 전날 이 대표가 내놓은 ‘거국내각 구성 뒤 사퇴 및 1월21일 전당대회’ 제안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재확인하고 ‘즉시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정 원내대표가 초선·재선·3선 등의 선수별 모임을 꾸리며 정국 수습 의견 청취에 나서자, 이 대표도 초선·재선들과 면담 자리를 잡으며 부랴부랴 설득전을 폈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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