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대표실에서 자신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원외당협위원장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뒤편에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자신의 사퇴를 주장하는 당내 대선주자급 인사들을 향해 “다 합쳐봐야 지지율 9%도 안 된다. 새누리 얼굴에 먹칠하지 말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5%’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지지율은 어떤 사안이 터져서 그런 것이다. 대통령의 노력에 따라 회복될 수 있는 지지율”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시국 인식 수준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는 15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원외 당협위원장 면담 및 기자간담회에서 오세훈, 남경필, 원희룡, 김문수 등 전·현직 시도지사를 지목하며 “지지율 10% 넘기 전에는 어디서 새누리당 대권 주자라는 말을 팔고 다니지 말라. 그렇게 도정에 할 일이 없고, 경험과 경륜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느냐. 자기 앞가림도 못 한다. 당장 물러나고 사퇴하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비전을 제시해 적어도 (지지율) 10% 이상은 돼야 명함 내밀고 다니는 것이지, 네 사람 다섯 사람 모여서 이정현하고 맞짱 뜨자고 하고 그러면 되겠나”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러자 독일을 방문 중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동행한 기자들에게 “이 대표는 마치 박근혜교를 믿는 사이비 종교의 신도와 같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 대표는 당내 비박계가 결집한 비상시국회의와 이들의 ‘대통령 탄핵 불가피’ 주장도 깎아내렸다. 이 대표는 “비상시국회의는 공인된 단체가 아니다”, “(분당 우려와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은 정당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공격했으며, “(탄핵은) 의혹으로 단정적으로 할 사안이 아니고 검찰 조사가 끝나야 한다. 법치와 헌법을 무시하면 국회가 탄핵 대상”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노무현 시절 열린우리당은 2년3개월 동안 9명의 당 대표를 갈아치웠다. 그렇게 팔랑팔랑해서 결국 망해서 공중분해 됐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야당이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정치 공세”라고 단정하며 “우리가 북한을 인정 안 한다고 (대화) 안 합니까?, 야당 어떤 대선후보처럼 북한과 어쩌고저쩌고 해서 같이 대선 치를 수 없다고 하면 (대선을) 안 하는 건가”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날 이 대표가 쏟아낸 발언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공세적 발언을 자제해왔던 자신과 새누리당 친박근혜계의 솔직한 속내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인 데다 수습은커녕 당내 갈등만 부추기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비서’이자 ‘정치적 경호원’이라는 이 대표의 한계만 거듭 확인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아침 당내 3선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마련했지만, 자신을 제외한 23명의 3선 의원 가운데 안상수 의원 1명만 참석했다가 그마저 되돌아가는 ‘굴욕’을 겪었다.
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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