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비박계, 탈당 모색하나

남경필 지사 “당이 이 상태로 가면 중대결심”
수도권 중진의원들도 진지하게 고민
비상시국회의에서도 논의…당장 추진은 어려워
친박계는 강경모드 “나갈테면 나가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새누리당이 ‘두쪽 난’ 가운데, 비박근혜계가 사퇴를 거부하는 이정현 지도부에 맞서 최후의 수단인 탈당도 모색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먼저 운을 띄웠다. 독일을 방문 중인 남 지사는 16일(한국 시각) 동행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새누리당 현 지도부는 물러나고, 당대표 뒤에 숨어있는 흔히 얘기하는 ‘진박’(진실한 친박)은 정계은퇴하는 것이 맞다. 만약 이 상태로 뭉개고 간다면, 중대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라며 사실상 탈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정현 대표와 이 대표와 함께 하는 분들이 계속 버티기를 한다면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비박계가 주축이 된 비상시국회의에서도 탈당 문제가 논의됐다. 회의 뒤 장제원 의원은 기자들에게 “재창당을 노력하다가 정 안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얘기는 한다. 남 지사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다. (다만) 그것을 회의에서 공론화하기엔 조금 빠르지 않느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경 의원은 “남 지사가 성격이 좀 급했을 뿐인데, 우리가 당을 해체하자고 하는 건 어쨌든 탈당과 똑같은 결론이다. 남 지사 생각도 그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영철 의원은 “새누리당 틀 속에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결국 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고 잘 풀어내길 바라는 당원과 보수세력들도 있기 때문에, 지혜롭게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몇몇 수도권 중진의원들은 탈당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슈뢰더 전 총리 만난 남경필 경기도지사 (수원=연합뉴스) 투자유치와 외교역량 강화를 위해 독일을 방문중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가 15일 오전(현지시각) 독일 연방의회 슈뢰더 전 총리 사무실에서 슈뢰더 전 총리와 선물교환을 하고 있다. 2016.11.16 [경기도 제공=연합뉴스]

반면 친박계는 청와대의 버티기 전략과 발맞춰 강경 모드로 나오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비박계 대선주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금 (비박계가) 당 해체, 재창당, 개혁, 쇄신을 얘기하는데, 전부 구두선으로 끝날 거라고 확신한다. 결코 실현 안 될 것이고 실현할 의원들도 없다”면서 “입으로 개혁·쇄신을 얘기하지만 과거 3김정치에 오염돼 더 이상 깨끗해질 수 없다. 구태, 구습정치에 부대끼며 오염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이제 병풍으로 한발짝 물러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나갈테면 나가라’는 뉘앙스를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남 지사 등 비박계 대선주자들을 향해 “다 합쳐도 지지율 9% 안 나온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참석해 “지금 대다수 국민여론은 헌정중단은 막고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진사퇴는 없다는 박 대통령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다. 최 의원은 당 문제에도 “지도부가 대안 없이 물러나는 것도 무책임하다 생각한다. (비박계가 주장하는) 비상대책위원회도 전당대회를 하기 위한 것이지, 마르고 닳도록 할 수는 없다”며 이 대표가 주장한 내년 1월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힘을 실었다.이경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