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원진 최고위원과 이야기하는 이정현 대표의 안경에 “국정을 수습하라”는 글귀가 비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여당인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 하락세도 가파르다. 신속한 수습을 위해 당 지도부가 당장 사퇴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정현 대표는 꿈쩍않고 있다.
1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은 전주 대비 2%포인트 추락하며 15%를 기록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1%포인트 올라 14%를 차지한 국민의당과 오차범위 안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10월 넷째주 10%대로 떨어지기 시작한 때부터 새누리당 역시 더불어민주당에 1위 자리를 내놓으며 26%→18%→17%→15%로 미끄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이정현 대표와 여의도 당사에서 만난 당 사무처 당직자들은 “새누리당이 제3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사무처 당직자들은 전날 비상총회를 열어 이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당직자들까지 지도부 사퇴를 호소하고 나선 것은, 서울 강남 등 새누리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에서 당비를 납부하는 책임당원들의 탈당이 쇄도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가까이서 체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임당원이 줄어들면 당 조직은 물론 살림도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당 사무처가 들고 일어서자 사무처를 총괄하는 박명재 사무총장은 18일 “사무처 당직자들의 충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강석호 최고위원,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 나경원 인재영입위원장 등 주요 간부들이 ‘줄사퇴’로 지도부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그래도 이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이 대표는 사무처 당직자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조기 전당대회 등)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 로드맵으로 어떻게 당을 쇄신하고 개혁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느냐에 대해 다양하게 의견을 내라는 것”이라며 ‘즉시 사퇴’ 거부 뜻을 재확인했다. 전날 당내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정진석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요구한 ‘1월21일 전당대회 계획 철수 및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요구를 거절한 것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아울러 “당원에 의해 선출된 당 대표에 대해 위임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연판장을 돌리면서 사퇴를 촉구하는 게 정상이냐”며 “지금 지도부가 물러나면 수습보다는 더욱 혼란스러운 지경에 빠진다”고 도리어 반격했다. 친박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박 대통령의 국정 재개를 신호로 현 체제를 옹위하려는 보수우파 세력의 재결집 시도 양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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