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출당 요구한 비박 패륜”
새누리당 친박계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기로 한 야당에 맞서 “탄핵을 추진하면 거국중립내각은 없다”며 반격에 나섰다. ‘국회 추천 총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변한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며 ‘지원사격’을 하는 것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여론몰이를 해서 대통령에게 사퇴하라고 하고, 또 탄핵을 추진한다고 한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영수회담을 해서 국무총리를 포함한 중립내각을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한꺼번에 하겠다고 한다”며 “총리를 지명하든지, 탄핵하든지, 하야시키든지 (하나만) 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에게도 “탄핵이 (헌법재판소까지) 통과되면 두달 만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총리가 누가 되든 무슨 의미가 있나. 왜 총리를 들먹이나. 빨리 대통령이 되고 싶으니까 조급한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런 입장을 청와대와 사전에 교류했는지에 대해 “청와대 얘기는 듣지 않았고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친박 지도부는 ‘검찰 비판’에도 청와대에 적극 동조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을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의 공범이라고 밝힌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대통령이 이번 주 조사에 임하겠다고 했음에도 다급해진 검찰이 여론만 의식해 공모 피의자로 몰고 가는 것은 심히 유감”이라며 “중립적인 특검을 통해 위법 여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히 유감”, “중립적인 특검” 등의 표현까지 청와대 및 박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전날 쓴 표현과 똑같다.
전날 탄핵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비박계 의원 32명을 향해서도 원색적 비난을 이어갔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비주류가 탈당 명분을 세우려고 절차적 중지도 모으지 않고 자기들끼리 대통령을 출당시키려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적 패륜행위다. 야당과 함께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것 또한 제2의 정치적 패륜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 해당 행위를 한다면 지도부는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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