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첨석하기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탄핵 초읽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자신의 거취를 국회로 떠넘기자, 그동안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던 새누리당 비박근혜계는 일단 한발 물러섰다. ‘여야가 대통령 퇴진 로드맵을 논의하되 협상이 안 되면 탄핵을 추진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속내는 복잡해졌다.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 의원들은 이날 오후 2시30분 박 대통령 담화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박 대통령 담화에 개헌으로 임기 단축을 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보고 이를 수용해서 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나경원 의원은 의원총회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늦게라도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두 야당에서 일단은 즉각적으로 거부 입장을 말했는데, 여야가 기한을 정해서 한번쯤 이야기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 담화에 대한 국민 여론과 야당의 반응이 부정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기류도 달라졌다. 유승민 의원은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담화는 국회에 공을 넘기고 본인의 퇴진 일정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진정성 있는 담화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일단 여야가 논의를 해보되, 국회에서 합의가 안 되면 결국은 헌법적 절차는 탄핵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박계는 의원총회 중간에 의견을 수렴했고, 황영철 의원이 의총장 밖으로 나와 기자들에게 “국회에서 협상을 하되 합의가 안 되면 12월9일까지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단일 입장을 전했다.
비박계의 이날 결정에는 박 대통령의 제안을 곧장 걷어차는 것도 부담스러운 데다,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 일부가 이번 기회에 개헌 논의까지 이어봤으면 하는 기대가 담긴 복잡함이 묻어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 담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의총이 끝나자 기자들을 피해 다른 출구로 떠났다. 비박계는 12월9일을 탄핵 디-데이로 잡되, 국민 여론과 새누리당 지지층의 분위기를 살피며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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