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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가결땐 박대통령 직무정지…부결땐 사실상 정치적 내전상태

등록 2016-12-08 21:41수정 2016-12-09 07:25

탄핵 표결뒤 정국 어디로
가결되면 황교안 권한대행 놓고 공방
부결되면 국정마비속 여야 후폭풍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가결이 되든 부결이 되든 정치권은 예측불허의 격랑에 휘말리게 된다. 현직 대통령이 헌정문란 사건의 피의자가 된 초유의 상황 속에 진행되는 탄핵안 표결이란 점에서, 그 후폭풍은 정치권이 예측하는 규모와 강도 이상으로 한국 사회 전반을 뒤흔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 가결되면

탄핵안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절차를 거쳐 탄핵 여부를 결정하기까지는 최장 180일이 걸리는데,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정국 수습의 시급성 등을 고려하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만료일(1월31일) 이전에 전격적으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의 정치일정을 두고 탄핵에 찬성하는 정당과 세력들 사이에 어떤 합의도 없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불거질 문제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다. 추미애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황교안 대행체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황 총리 역시 국정농단의 ‘방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기간이 얼마가 되든 그에게 대통령의 막중한 권한을 위임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18대 대선 직후 불거진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 총리가 공직선거법을 적용하지 말도록 수사를 지휘했다는 점도 야당이 황교안 대행체제를 인정하기 힘든 이유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경우 친박근혜계는 물론 탄핵에 찬성해온 비박계마저 황교안 체제를 흔들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헌법에 규정된 총리의 권한대행 역할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자칫 헌정질서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국민의당과 민주당 내부에도 탄핵안이 가결되면 황교안 대행체제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헌법 조항에 예외를 적용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황 총리마저 물러나게 할 경우 국민 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야권에선 황교안 권한대행의 직무범위를 최소화해 여야가 합의한 정치일정을 관리하는 수준에 국한시키자거나, 황 총리 대신 서열상 후순위인 경제부총리가 대행체제를 이끌게 하자는 절충안도 나온다.

‘대통령 자진사퇴’ 이슈도 계속될 전망이다. 탄핵소추를 당한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진사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법률적 판단이 엇갈리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헌재의 심판 결과만 기다리기보다 대통령의 자진사퇴를 지속적으로 압박할 태세다. 보수성향이 압도적인 헌재의 인적구성을 고려하면 ‘헌재 변수’ 자체를 없애는 게 안전하다는 논리지만, 헌재 결정에 앞서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사퇴 후 60일 이내’에 치러야 하는 차기 대선 일정도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는 게 논란의 불씨다. 대선이 앞당겨질수록 지지율이 높은 선발 주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시간이 아쉬운’ 후발 주자 처지에선 반발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 역시 탄핵 뒤에도 자진사퇴를 요구하자는 것은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쪽의 정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잠복했던 개헌 요구가 여야를 막론하고 본격적으로 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주류는 헌재가 탄핵심판을 마무리하거나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는 개헌 문제 등 다른 이슈를 제기해 불필요한 동력 분산을 가져와선 안 된다는 입장이 강하다. 민주당 ‘최대 주주’인 문재인 전 대표도 ‘개헌은 대선 주자들이 공약으로 내걸고 차기 정부에서 다룰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나 민주당 주류의 바람과 달리 개헌 논의 자체를 봉쇄하긴 어려워 보인다. 개헌을 선호하는 의원들이 여당은 물론 야당에도 적지 않은 데다, 촛불정국에서 분출된 시민들의 사회변화 요구를 담아내겠다는 정치권이 사회 운영의 최상위 법규인 헌법 개정 문제를 회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정기국회가 마무리된 뒤 설치하기로 합의한 국회 개헌특위가 개헌 논의의 빗장을 열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 문제가 핵심이란 점에서, 여야를 넘나드는 정계개편 논의와 맞물려 진행될 여지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비박계와 국민의당의 연대설도 그런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하면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점이 개헌 추진 세력에겐 부담이다. 개헌의 시기와 내용에 대한 생각도 세력별로 달라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개헌 논의는 헌재 결정 시기가 다가올수록 사그라들고, 정국은 실질적인 대선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권영진 국회 의사국장이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의석 모니터에 탄핵 가결을 촉구하는 팻말을 걸어두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권영진 국회 의사국장이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의석 모니터에 탄핵 가결을 촉구하는 팻말을 걸어두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부결되면

탄핵안이 부결되면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체가 ‘정치적 내전상태’에 빠져들 위험이 적지 않다. 거리에서 대통령 퇴진과 국회 해산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 양상이 과격해지면서 탄핵 반대 세력이나 공권력과의 물리적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6주 넘게 박 대통령 사퇴를 요구해온 거리의 촛불은 당장 국회로 향할 것이 자명하다. 이 경우 ‘탄핵 반대세력’인 새누리당 친박계뿐 아니라, ‘탄핵 전선’에서 이탈한 비박계도 ‘횃불’로 변할 민심의 화염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새누리당 내분도 격화되겠지만, 내부 투쟁의 승자는 친박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안 부결로 친박의 응집력이 확인된 만큼, 자신감을 갖고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탄핵안 가결에 실패한 비박계 축출에 나설 것이 분명한 까닭이다. 이 경우 새누리당의 분당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내부 분열로 탄핵안 가결에 실패한 비박계의 이탈 규모는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

야권 지도부 역시 책임론을 비켜가기 힘들다. ‘사퇴·탄핵 정국’에서 크고 작은 실수를 거듭해온 민주당 지도부뿐 아니라, ‘오락가락 행보’로 정치적 신뢰에 상처를 입은 국민의당 지도부 역시 비판의 화살을 피해갈 수 없다. 지도부의 사퇴 여부와 무관하게 야권이 선택할 수 있는 당장의 대안은 장외투쟁밖에 없다. 게다가 의원단 전체의 사퇴서까지 받아놓은 상황에서 원내에 복귀해 탄핵안 발의를 재추진할 명분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만 야당 의원들의 의원직 집단 사퇴가 현실화될 여지는 크지 않다. 사퇴가 이뤄지려면 국회의장이 의원 사직안을 본회의에 부의해야 하지만, 정세균 의장이 이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회 해산’ 규정이 없는 현행 헌법상 야당 의원 전원이 사퇴하더라도 해당 지역구에 한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이 경우 정치적 비용만 늘어날 뿐 야권에 실익이 없다.

탄핵안 부결로 박 대통령이 직을 유지하더라도 통치력 회복은 난망해 보인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적나라한 치부가 드러난 데다, 특검 수사까지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임기를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국이 대선국면으로 재편되는 것을 기다리며 새 대선후보를 축으로 지지층 재결집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의 불확실성은 정치적 기획과 시나리오 자체를 무력화한다.

이세영 김진철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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