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29일 시민들이 처음 촛불을 든 지 41일 만에, 마침내 촛불의 힘으로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가결됐다. 9일 오후 4시10분께 국회 앞을 메웠던 시민들이 개표 결과 발표를 듣고 환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민이 이겼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고, 대한민국은 다시 완전한 민주공화국을 향한 긴 여정에 올랐다.
2016년 12월9일 오후 4시10분,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헌법에 따라 반헌법 세력을 단죄하라는 주권자의 준엄한 명령을 거스르지 않았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는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을 제외한 299명이 참여했다. 결과는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탄핵안 가결 요건인 재적 의원 3분의 2를 훌쩍 넘었다.
국회는 표결 뒤 탄핵 의결서 정본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고, 헌재는 촛불 민심과 국회의 압도적 가결이라는 압박 속에 최장 180일간의 탄핵심판(주심 강일원 재판관)에 들어갔다. 저녁 7시3분, 청와대에 탄핵 의결서 사본이 전달되는 순간 박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됐으며,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앞서 박 대통령은 탄핵안 통과 직후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헌재의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헌정사에 불행한 일이지만, 여야가 협치의 무대로 나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가 주도적으로 국가 혼란 해소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승만, 박정희 패러다임을 끝내고 새로운 리더십의 대한민국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먼 여정 가운데 이제 고갯마루 하나를 넘은 것에 불과하다며 의지를 다졌다. 퇴행적 밀실 통치의 ‘몸통’과 그에 기생했던 낡은 기득권 세력이 강력한 저항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향후 예정된 국정 정상화 논의에서, 또 대선을 앞둔 정치세력의 이합집산 도중에 민심은 언제든 배반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표결을 지켜봤던 세월호 유족 유경근씨는 “이제 시작이다, 진짜 시작이다”라고 울먹였다. ‘촛불 혁명’의 완성을 위해서는 긴 호흡의 시민 참여와 빈틈없는 감시가 절실하다는 호소다.
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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