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적 판단 엇갈려
“탄핵당한 공직자 자진사퇴 안돼” vs “헌재 판결보다 국민 요구가 우선”
셈법 다른 야당
문재인·이재명 등 선두권 적극적 vs 후발 주자들은 명확한 표명 안해
반발하는 여당
친박“이중처벌” 비박도 “논리 안 맞아” “조기대선 유리한 문재인 쪽 정략”
“탄핵당한 공직자 자진사퇴 안돼” vs “헌재 판결보다 국민 요구가 우선”
셈법 다른 야당
문재인·이재명 등 선두권 적극적 vs 후발 주자들은 명확한 표명 안해
반발하는 여당
친박“이중처벌” 비박도 “논리 안 맞아” “조기대선 유리한 문재인 쪽 정략”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지만, 야권 내부엔 박 대통령의 ‘자진사퇴’를 계속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최장 180일까지 소요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기다릴 필요 없이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탄핵소추를 받은 대통령이 자진사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법률적 판단이 엇갈린다. 국회법 134조 2항은 ‘소추의결서가 송달된 때에는 피소추자의 권한 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탄핵을 당한 공직자가 파면·해임 등을 피하려고 자진사퇴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회가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 공직자의 탄핵심판을 헌재에 요청한 이상, 그 공직자의 거취는 오롯이 헌재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게 법률의 취지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인 대통령은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은 임명직인 일반 공직자와 달리 상위의 임명권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기간에 대통령의 자진사퇴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여기에 근거해있다. 선출직인 대통령의 진퇴 문제는 헌재 결정보다 실질적 임명권자인 국민의 요구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실제 촛불집회로 분출된 다수 여론은 탄핵과 별개로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요구해왔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정국 상황과 민심 추이를 살핀 뒤 이 문제를 다음주 신중하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당의 자진사퇴 요구에는 보수 성향이 압도적인 헌재재판관들의 인적 구성을 고려하면 헌재 결정에 모든 것을 맡겨두기는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대통령 거취와 관련해 헌재의 탄핵심판을 기다리기보다 ‘헌재 변수’ 자체를 없애 정치 일정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낫다는 논리다.
반면 새누리당은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이상 헌재 심판 결과에 대통령 거취를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가 탄핵안을 의결해놓고 또다시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사실상의 ‘이중 처벌’이라는 게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 주류의 시각이다. 탄핵에 찬성한 비박계 시각도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4월 조기퇴진’ 수습안을 거부하고 탄핵을 강행한 이상, 탄핵안 의결 뒤 또다시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 논리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이슈가 차기 대선일정과 연동돼 있다는 데 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게 돼 있다. 헌재 결정에 앞서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대선 일정도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는 게 논란의 불씨다. 대선 일정이 앞당겨질수록 지지율이 높은 선발 주자에게 유리한 반면, ‘시간이 아쉬운’ 후발 주자 처지에선 반발이 불가피한 셈이다.
실제 민주당 안에서 탄핵안 가결 뒤에도 자진사퇴를 계속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권을 다투는 문재인 전 대표와 당권파인 추미애 대표 쪽에서 나오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탄핵안 가결 직후 ‘자진사퇴 요구를 계속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국민 78%가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고, (오늘 표결에서) 국회의원 78%가 탄핵에 찬성했다. 이런 결과가 충분히 대통령께 전달됐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자진사퇴 요구를 거둬들이긴 이르다는 뜻을 완곡히 표현한 셈이다.
새누리당은 탄핵 뒤에도 자진사퇴를 요구하자는 것은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쪽의 정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당내에 유력주자가 없는 데다, 1월 초 귀국 예정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역시 대선 레이스를 펼치기 위해선 정치적 준비기간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입장은 모호하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광장의 민심은 ‘즉각 사퇴’다. 하지만 헌법 절차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H6s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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