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각계 전문가 32명 조사
대통령 즉각 퇴진 압도적
‘대통령 퇴진은 반헌법’ 의견에
“헌법은 탄핵과 사임 모두 규정”
‘황교안 대행’ 의견 팽팽
“정권 부역자가 맡는건 부적절”
“내치기 힘들어…협치 기회 줘야”
대통령 즉각 퇴진 압도적
‘대통령 퇴진은 반헌법’ 의견에
“헌법은 탄핵과 사임 모두 규정”
‘황교안 대행’ 의견 팽팽
“정권 부역자가 맡는건 부적절”
“내치기 힘들어…협치 기회 줘야”
<한겨레>가 11일 정치·경제·사회·문화계의 학자, 전문가 그룹 32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일정’과 관련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3분의 2정도인 20명이 ‘즉시 퇴진’을 꼽았다. 이미 탄핵 심판이 시자된 만큼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9명)도 있었지만, ‘적절한 시점을 예고한 뒤 퇴진해야 한다’는 의견(3명)은 많지 않았다. ‘촛불 집회’와 탄핵 표결에서 드러난 민심이 이들의 대체적인 판단의 근거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촛불민심 뿐만이 아니라 대의기구인 국회도 탄핵을 압도적 다수로 가결했다. 대통령이 퇴진을 미룰 이유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도 “탄핵 제도를 만든 미국에도 탄핵 결정권이 의회에 있다. 닉슨은 하원이 기소하고 상원이 결정하기 전에 사임했다. 박 대통령이 헌재 결정 때까지 자리를 지키면 닉슨만도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탄핵 이후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게 반헌법적이라는 여권 일부의 주장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은 대통령 임기 전 물러나는 것에 대해 ‘탄핵’과 ‘사임’을 규정하고 있고, 사임은 언제든 가능하다. 민심에 따라 사임하는 게 헌법을 따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대선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론도 있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광장의 기대는 고양됐지만,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의 준비가 너무 미진하다”면서 “대통령 퇴진 뒤 60일만에 대선이 치러지면 새 정부는 인수위도 없이 임기를 시작해 또 한 번 실패한 대통령이 나올 위험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시기 조절은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헌재가 탄핵 여부를 결정해 역사적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자진 사퇴보다는 탄핵을 통한 심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체제’에 대한 의견은 당위론과 현실론 사이에서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이번 탄핵은 박 대통령 개인이 아닌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다. 이 정부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권한대행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수 사교육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차기 대선에서 공정한 선거 관리의 중책을 황교안 대행이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으며,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도 “황 총리는 현 정부 국정농단의 부역자 역할을 했다. 게다가 국정교과서, 사드, 노동개악 등의 불통 국정의 장본인”이라고 황 총리 불가론을 폈다.
반면 국정 안정을 위해 황교안 체제를 인정하되 협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꽤 많았다. 현실적으로 황 총리를 내칠 법적·제도적 방법도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야당 입장에선 황교안 대행마저 탄핵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 지금 상황에선 황교안 체제를 흔들기보단, 협치를 할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야권 역시 당분간은 황교안 체제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황 총리 체제로 가는 걸 묵인할 수밖엔 없지만, 이 분의 태도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선총리 후탄핵’이 됐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헌법 질서를 지킬 수밖에 없다. 끝까지 갈지는 민심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형중 송경화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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