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박근혜계 모임 ‘비상시국위원회’ 회의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중도 보수’ 창당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분당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새누리당에 짐 싸는 소리가 요란하다.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 모두 고성을 주고받으며 버티고 있지만, 결국 짐을 싸는 쪽은 비주류인 비박계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에도 탈당 깃발을 들고 나선 이는 김무성 전 대표다. 김 전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수정당의 탄생이 지금 절실한 시점”이라며 새 정당을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이어 “가짜 보수를 걷어내고 신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아 좌파 집권을 막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며 창당과 동시에 정계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선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 이재오 전 의원의 늘푸른한국당,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이끄는 ‘새한국의 비전’ 등이 우선 연대 대상으로 꼽힌다. 김 전 대표 쪽은 장기적으로 국민의당과 연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탈당 깃발을 든 김 전 대표가 언제 떠날지, 또 얼마나 그를 따라나설지 등은 불투명하다. 탈당 규모의 ‘키’는 비박계의 또 다른 핵심축인 유승민 의원이 쥐고 있다. 비박계가 주측인 비상시국위원회의 황영철 의원은 “김 전 대표가 회의에서 (신당 창당과 관련해) 이런 뜻을 전달했고, 유 의원도 동의했다. 비상시국위 전체가 김 전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이어 “저희가 (당을) 나가게 된다면 의원 숫자가 적어도 30명 이상은 될 것”이라며 원내교섭단체(의원 20명) 구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는 당 안에서 당 개혁을 위해서 끝까지 투쟁해야 하고, 탈당은 늘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탈당할 생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실제 비박계에서는 즉시 탈당을 하자는 주장보다 유 의원처럼 일단 최대한 당내에서 싸워보자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결국 유 의원이 결단하기 전까지는 김 전 대표도 탈당을 결행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오는 16일 예정된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가 분수령이다. 비박계 의원들이 대체로 “일단 원내대표 선거를 해본 뒤 탈당을 결정하자”고 말하고 있어, 비박계가 패하면 유 의원도 상당한 탈당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 반면 비박계가 원내 권력을 쥐게 되면 탈당 동력은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이 뜻을 모으더라도 ‘탄핵 표결’ 때와 달리 비주류가 예고한 30명을 채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게 되는 비례대표는 당을 떠나기 쉽지 않고, 보수정당 ‘새누리’의 고정표를 의식한 영남권 의원들도 ‘기득권’을 버리고 광야로 나서길 망설이고 있다. 탈당 이후 개헌에 ‘올인’하려는 김 전 대표와 ‘영남권 맹주’로 올라선 뒤 대선을 노리는 유 의원의 구상이 다른 점도 걸림돌이다.
당내에선 이번 분당 움직임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위기를 돌파하려는 보수 정치세력의 고난도 전략 차원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한 친박계 초선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야권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나뉘고, 국민의당이 중도층을 흡수하지 않았나. 비박들이 나가서 보수의 외연을 넓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모셔올 수 있다. 그리고 나중에 또 합쳐질 수도 있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친박이 따가운 눈총을 받아가며 텃밭을 지키고, 비박은 뛰쳐나가 영토를 넓혀 놓으면, 분노가 잦아들 때쯤 지금의 새누리당 세력이 다시 ‘보수’의 이름으로 기득권을 복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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