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정우택 원내대표 당선
이정현 사퇴로 임시 당대표도 겸해
정 “비대위원장은 비주류 추천”
이정현 사퇴로 임시 당대표도 겸해
정 “비대위원장은 비주류 추천”
16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근혜계가 내세운 4선의 정우택 의원이 당선됐다. 그 직후 이정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일괄사퇴를 선언해, 정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겸하며 향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주도하게 됐다. ‘촛불 민심’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친박계가 원내사령탑을 차지하면서 비박계의 집단 탈당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총 투표수 119표 중 62표를 얻어 당선됐다. 정책위의장에는 정 의원과 짝을 이룬 수도권 출신 재선인 이현재 의원이 뽑혔다. 이에 맞선 비박계 쪽 나경원(원내대표)-김세연(정책위의장) 후보는 55표를 받는 데 그쳤다. 다수파인 60~70명의 친박계는 응집한 반면, 비박계는 중도 세력을 충분히 끌어들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원내대표는 앞으로 이정현 지도부를 대체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중도 또는 비주류 쪽에서 추천하는 인사가 비대위원장이 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도 민심 악화를 고려해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비박계의 추천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정 원내대표가 당선된 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당 지도부 일괄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정 원내대표가 당의 단합과 보수 가치를 수호하고 내년 대선과 시대적 과제인 개헌을 포함한 중대한 정치 일정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애초 21일 사퇴하겠다고 밝혀왔으나, 친박계가 원내대표를 재배출하자 사퇴 시점을 닷새 앞당겼다.
나경원 의원을 내세워 ‘친박 책임론’과 ‘당 쇄신’을 주장했다가 친박의 단결을 뚫지 못한 비박계는 충격에 빠졌다. 나 의원은 패배 직후 “당의 변화를 기대했고 의원들의 민심에 따른 선택을 기대했는데 당의 변화 결과를 만들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비박계의 주축으로 나 의원을 공개 지지했던 유승민 의원은 이날 오후 당 사무처 당직자들과 만나 “당의 변화를 바라던 의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상당히 생각을 헤매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당에 남아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 지금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에 친박 원내대표가 탄생한 것에 유감을 나타내면서 당분간 새누리당 지도부와 협의하지 않겠다고 밝혀, 여야 관계도 일정 기간 냉각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언니가 보고 있다 44회_새누리 비주류의 입, 황영철의 고백]
새누리당 정우택 새 원내대표(왼쪽)와 이현재 정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을 들어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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