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친박당’ 원내대표 경선 표 분석-
친박, ‘이번에 밀리면 끝장’ 총동원
비박 전략부재·후보 확장성 문제 지적도
친박, ‘이번에 밀리면 끝장’ 총동원
비박 전략부재·후보 확장성 문제 지적도
16일 국회에서 진행된 새누리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근혜 이후’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줬다.
친박근혜계인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최순실 국정 농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새누리당 친박계는 다시 당의 전면에 등장했다. 정 원내대표의 당선에 발맞춰 이정현 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총사퇴했지만, 이는 주류 친박계 사이의 ‘바통 터치’일 뿐 친박계의 패권이 유지되는 당 구조엔 한 치의 변화도 생기지 않은 셈이다. 비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탄핵심판으로 대통령이 죽는다 하더라도 친박계 자신들은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친 게 아니겠냐”면서 “친박계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뻔뻔하게 자기들 살길만 찾으려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으니 새누리당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이날 원내대표 선거에는 새누리당 의원 128명 가운데 119명이 참석해, 친박계 정우택-이현재 후보가 62표를 얻어 당선됐고 비박계인 나경원-김세연 후보는 55표에 그쳤다. 불과 7표 차이의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불참자는 김재경·김규환·김종석·김선동·김정훈·배덕광·여상규·이은재·정태옥 의원 등 총 9명인데, 성향별로 보면 이들이 모두 참석했다고 하더라도 7표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원내대표 선거는 지난 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 62표(야당이 모두 찬성했다는 가정)와 반대 57표(불참한 최경환 의원 포함)가 나왔던 것에 비춰보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기도 하다. 또 정 원내대표가 얻은 표는 지난 13일 친박계가 모여 만든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모임의 현역 의원 발기인 수(62명)와 똑같은 수치이다. 당 안팎에선 친박계가 ‘이번에도 비박계에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 탓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의원들 설득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탄핵안 부결이 가져올 후폭풍에 비해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당내 문제라 상대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적으리라는 인식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비박계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여론의 압도적인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였는데도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만약 의원들이 ‘비박계가 원내대표에서 지면 당이 확실하게 쪼개질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중립지대 의원들의 투표 방향이 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계가 선거에서 지더라도 결국 당을 떠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고, 이는 결국 확실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비박계 지도부에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비박계에 김무성·유승민이라는 두 리더가 있지만, 둘 다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김 의원과 유 의원의 우선 순위도 각각 ‘개헌’과 ‘대선’으로 엇갈린다. 친박계가 지난 총선의 ‘공천 장악’을 통해 초·재선 중심으로 꾸려진 것에 비해, 비박계는 ‘공천 학살’에서 살아남은 3선 이상이 중심이라는 점도 당내 투쟁에서는 불리한 요소다.
이와 함께 나경원 후보 개인의 확장성이 부족했다는 점도 패인으로 꼽힌다. 나 후보는 지난 총선 직후 5월3일에 열린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43표를 얻어 69표를 얻은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패한 바 있다. 원내대표 선거가 의원 개개인을 상대로 하는 비밀투표라서 계파의 입장과 함께 후보 개인의 정치력과 돌파력 등이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한 비박계 의원은 “선거 기간이 불과 이틀뿐이어서 나 후보가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언니가 보고 있다 44회_새누리 비주류의 입, 황영철의 고백]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오른쪽) 등 비박근혜계 의원들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선출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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