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일 야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개헌을 전제로 한 차기 대통령 임기단축’ 문제에 대해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반면 당내 경쟁자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임기단축 문제는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 전 개헌’이 어렵다는 데 야권 대선주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개헌을 둘러싼 이슈가 ‘임기단축’ 문제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임기단축은 내각제 개헌 같은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 제3지대, 이합집산, 이런 얘기들은 전부 다 정치적 계산 속에서 이뤄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김종인 전 대표와 김부겸 의원 등이 제기한 임기단축 이슈 역시 개헌을 고리로 정계개편을 추진하려는 세력의 정략이란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당내 경쟁자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대선 전 개헌은 어렵지만, 개헌을 전제로 한 임기단축 문제는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문 전 대표와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이재명 시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선거제도 등 국민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는 정치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임기 조정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대선 전 개헌은 어렵지만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박원순 시장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차기 정부는 정치체제를 전면 개혁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과도적 성격이어야 한다”며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조정하는 것도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기단축론은 차기 정부가 들어선 뒤 개헌을 추진하되 대통령 임기를 다음 총선이 치러지는 해인 2020년으로 앞당겨 국회의원 임기와 대통령 임기를 일치시키자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차기 대통령 임기는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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