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는 26일 “인적 청산이야말로 당 개혁에 가장 중요한 본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다만 “법과 절차에 따라서 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친박근혜계의 상징적 인물들을 정리하는 일이 새누리당 쇄신의 첫번째 과제라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실행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인 내정자는 이날 <기독교방송>과 <문화방송> 라디오에 잇따라 출연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책임 있는 핵심 친박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도 나가라고 할 수 있냐’는 질문에 “국민이 요구하는 것을 보며 왜 그걸 못하겠느냐. 당연하다”며 “최순실의 남자도 분명히 있는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인 내정자는 전날 <한겨레>와 만나 ‘친박 청산’에 관한 질문에 “인적 청산을 하려면 혐의가 특정돼야 하는데 그것도 확실하지 않고, 비박계가 꼽은 ‘최순실의 남자’ 8명도 어떤 기준에서 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는데, 이날 발언은 좀더 수위가 올라갔다.
당내에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로 추대된 인 내정자가 오는 29일 전국위원회에서 추인 절차를 거쳐 비대위원장에 공식 취임하면 인적 청산에 좀더 적극적으로 칼을 뽑고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쇄신을 주장하던 비박계 의원 30명 안팎이 빠져나간 새누리당에서 친박 청산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높다. 친박계는 인적 청산에 선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홍문종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 내정자에게) 칼자루 다 드렸으니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출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의원 3분의 2 찬성을 받아야 한다. (인 내정자가) 비대위원장 오기 전과 당에 와서 부딪힐 때 생각이 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도 “당직이 있다면 당직 내려놓는 건 강하게 요구할 수 있지만 ‘2선 후퇴’나 ‘당을 나가라’, 이런 건 법적인 잘못이 있을 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확한 법 위반 사안이 없는 친박 핵심을 출당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런 반발을 고려한 듯 인 내정자도 언론 인터뷰에서 “막무가내로 인민재판식으로 청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법과 절차에 따라서 해야 한다”며 “전세를 빼는 데도 한 달 이상 걸리는데, (인적 청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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