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수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김현아 의원이 28일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새누리당을 나와 개혁보수신당에 참여하는 의원은 공식적으로 30명이지만, 실제로는 한명 더 있다. 비례대표 김현아(47) 의원이다. 비례대표는 자진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다. 개혁보수신당은 새누리당에 김 의원을 출당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 의원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다가 지난 4·13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당 대변인을 맡으며 정치와 새누리당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그가 겪은 새누리당은 주체적이고 민주적인 정당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 보호를 위한 조직이었다. 짧은 기간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김 의원을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했다.
-새누리당을 떠나기로 한 계기는 무엇인가.
“국회의원이 될 때는 정책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새누리당에 오자마자 대변인을 하면서 논평을 쓸 때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관이 없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몇개 논평을 쓰면서 내 가치관과 달라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 지난 국정감사 보이콧 때는 지도부와 생각이 달랐지만 따라갔다. 최순실 사태 이후 돌이켜보니 지도부가 결국 최순실 관련 증인채택을 방어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었다. 대변인직에서 물러나면서 이정현 대표 사퇴를 요구했는데, 새누리당이 환골탈태 안 하면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신뢰받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박근혜 대통령 징계를 막기 위해) 윤리위원을 (친박계로) 추가 선임한 사태도 이 당에서 개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결정적 계기였다.”
-힘들었던 논평은 무엇이었나.
“백남기 농민 사망 때 (죽음에 이르게 된) 안타까운 부분을 더 담고 싶었지만 정부의 책임소재가 있으면 안 된다고 해서 거절당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터졌을 때도 정부에서는 절대 아니라고 하니 나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 (정부 입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내 마지막 논평이 청와대 연설문 유출 보도였다. 공보실에서 보낸 초안을 보니 ‘유감을 표명한다. 대통령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정도만 돼있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거 같아 ‘집권여당으로서 깊은 사과를 드린다, 엄중한 후속조치를 (청와대에) 요구할 것이다’는 문장을 넣었다. 그렇게 논평을 내고도 마음 속 혼란이 있었다.”
-지역구 의원과 달리 비례대표로서 새누리당의 지원을 받았다.
“의원직을 그만두라며 비난하는 문자메시지도 많이 온다. 그래서 내가 진짜 의원직에 연연하는가 심각하게 고민했다. 반면 의원직에 있어야 개혁할 수 있다. 절대 물러나지 말라는 목소리도 많다. 당시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이라는 특정 정당뿐 아니라 당시 유일했던 ‘보수정당’을 지지했던 표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의당이나 더불어민주당 가는 것이 아니다. 보수를 개혁하자는데 새누리당에서 안 되니 개혁보수신당에서 뜻을 같이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특정 정당 소속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국민을 대표하라는 것이니까 내가 하는 일로 그 빚을 갚겠다.”
-새누리당에서 일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새누리당은 정부정책을 받아 방어하거나 힘 실어주는 것 외에는 정당으로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충분한 토론 기회도 없었다. 신당에 참여하는 분들이 이 프로세스에 문제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야당이 전월세 상한제를 주장하는데 정부는 무조건 안된다고 한다. 나는 전월세상한제에 찬성하진 않지만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임대차 반환보증보험 아이디어를 제시하려 했지만 충분한 설명 기회가 없었다. 초선인 내가 정부에 이의제기를 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출당 요구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지루한 싸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솔직히 두려움은 있다. 나에 대한 따가운 눈빛도 느낀다. 하지만 내 가치를 실현하려면 불편함, 곤란함을 감내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두려워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소속은 새누리당이지만 개혁보수신당에 참여하는 상황인데, 앞으로 활동에 제약은 없나.
“전례없는 일이라 나도 로드맵이 안 보인다. 하지만 개인 차원의 의정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처음엔 전문성만 갖고 국회의원 하면 된다고 봤는데 그건 편협한 생각이었다. 내 분야가 아니지만 사회적 약자를 비롯해 여러 문제를 봐야 한다. 비례대표가 자기 분야에 매몰되면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권한을 축소해 행사하는 거라고 생각 든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소신있게 할 것이다. 정당(새누리당)에는 도리가 아닐 수 있겠지만, 국민에 대한 도리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의 빚을 그렇게 갚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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