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016년 11월16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면 본인은 살아도 나라가 망가진다"며 퇴진을 촉구하려고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앞에는 2개의 선택지가 있다. 2012년처럼 ‘정권교체’를 위해 유력 야권주자와 단일화를 하는 게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예상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 완주를 하는 것이다. 연대를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과 할 것인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나 개혁보수신당 후보와 할 것인지도 선택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은 ‘독자 완주’였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완주 노선이 성공했다는 점, 이번에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대선 이후’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혔다.
문제는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20%선을 오르내리던 안 전 대표의 다자구도 지지율이 새해 여론조사에서는 5% 안팎으로 위축되는 등 지지도 하향세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완주를 하더라도 자칫 ‘독자 변수’ 지위조차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안철수 완주’를 상정한 다자대결 구도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 안 전 대표에게 심각한 위기상황인 건 분명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본선 돌입 때까지 두자릿수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단이 불가피하다. 개헌 이슈를 매개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박 대표는 “지금은 야권 지지층의 관심이 민주당 경선에 가 있는 상황이라 안철수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게 당연하다. 민주당 후보가 정해지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철수-반기문 연대설’과 관련해선 “대선에서 보수세력과 손을 잡으면 ‘죽음의 키스’가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게 안철수 자신이다. 현실화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박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완주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로 “이번 대선에서 3등을 하더라도 대선 이후 ‘여소야대’ 국면에서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가 돼 정치적 지분 행사가 가능해진다”는 점을 꼽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대표도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는 물론, 반 전 총장이나 개혁보수신당과의 단일화·연대 가능성도 높게 보지 않았다.
남는 궁금증은 안 전 대표가 완주할 경우 야권과 여권 가운데 누가 유리해지느냐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15%’ 선을 분수령으로 봤다. 유권자 지형을 볼 때, 안 전 대표가 그 이상을 득표한다면 여권 표를 더 많이 가져오게 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득표율이 그 아래로 내려가면 야권을 잠식하는 상황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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