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최경환 의원이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친박 청산’ 작업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인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친박계 핵심을 겨냥해 “1월6일까지 자진 탈당하라”고 요구해둔 상태여서, 당 내홍이 고조되고 있다.
친박계 ‘맏형’으로 꼽히는 서청원 의원(8선)은 2일 오후 입장자료를 내어, 인 위원장의 친박 청산 압박에 “대충 봐도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자의적이다”라며 “임기가 3년도 넘게 남은 국회의원들을 절차도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것은 올바른 쇄신의 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바라는 정치혁신의 전제는 또 다른 독선과 독주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인 위원장은) 더 늦기 전에 당을 살리는 데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당초 책임을 지고 자진탈당하려고 했으나, 쫓겨나는 모양새가 되자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 의원은 지난달 25일 인 비대위원장을 따로 만나 “내가 책임지고 자진탈당하겠으니 지역구에 입장을 전달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 최경환 등 다른 의원들까지 문제삼지는 말아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 위원장이 시점을 못 박고 탈당을 요구하자 “쫓겨나는 방식으로는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서 의원은 2일 입장자료에서 본인의 거취에 대해 “청와대 안방에서 일어난 일을 알 수는 없지만 여당의 최고 맏형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무엇이 당과 나라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겠다”고 말해, 탈당 가능성도 열어놨다.
또 다른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대구시·경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저 스스로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대구·경북을 지키는 못나고 굽은 소나무가 되겠다. 모두가 떠나고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새누리당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이정현 전 대표는 당에 탈당계를 내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저는 오늘 당을 떠납니다. 직전 당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안고 탈당합니다. 당의 화평을 기대하고 기원합니다”라고 밝혔다.
건강상의 이유(대상포진)로 사흘간 출근하지 않은 인 위원장은 3일 당무에 복귀해 당 소속 의원들을 만날 예정이어서, ‘친박 청산’을 둘러싼 당 내홍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주목된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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