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2016년 10월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2년3개월만에 정계복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발언대에는 칩거중 강진에서 저술한 <강진일기>가 놓여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등을 모두 아우르는 ‘빅텐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개헌을 고리로 범여권과 야권이 헤쳐 모이는 ‘2~3월 정치 빅뱅’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손 전 대표는 2일 <문화방송>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반기문·안철수·김종인 등과 ‘빅텐트’를 치고 연대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이 귀국해서 어떤 행보를 보이고 어떤 말을 할지 보고, 개혁보수신당이 앞으로 정강정책을 어떻게 펼쳐나갈지 보면서 1월이 지나서 2~3월에는 우리나라 정치에 커다란 빅뱅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집권 연장을 위한 것이 아닌, 정치의 판을 바꾸고 국민 주권의 새 시대를 여는 방법으로 개헌에 공감한다면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반 전 총장이 최근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표시하고, 안 전 대표도 개헌에 대해 “대선 공약 제시 뒤 2018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 실시”라는 구체적 로드맵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특히 이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지원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개헌은 국가대개혁의 첫걸음이고 시대정신이다”라고 강조하고, 손 전 대표를 대선 후보로 거명하면서 “대선 드림팀을 만들겠다”고 ‘러브콜’을 이어갔다.
손 전 대표는 22일 개헌 공감 세력을 모아 ‘국민주권 개혁회의’를 출범시킬 예정이어서, 오는 15일 국민의당 전당대회와 그 즈음 반 전 총장의 귀국, 안 전 대표의 대선 캠프 구성 등과 맞물려 ‘반·안·손’ 사이에 연대 논의가 활발해질지 주목된다.
야권 내에 ‘문재인 포위’ 움직임도 노골화하고 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민주당 내 ‘비문(재인)’ 국회의원이 30~40명에 달한다. 언젠가 함께 할 동지들”이라며 민주당의 틈을 공략했다. 민주당 내 개헌파인 김종인 전 대표는 개헌을 주장하며 문재인 전 대표에게 날을 세우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처럼 자신을 포위하는 ‘개헌 연대’ 주장에, ‘야권 통합론’으로 맞서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새해 첫날인 1일 광주 무등산에 올라 야권 통합론을 띄운 데 이어, 2일에도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 때 조금 길이 어긋나기는 했지만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두 민주정부의 후예다. 대선 과정에서 힘을 모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제3기 민주정부를 만들라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자 호남민심의 요구”라고 했다. ‘정권 교체’를 내걸어 호남 민심에 호소한 것이다.
친노무현 진영의 안희정 충남지사도 이날 개헌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면서도 “대선을 앞둔 현재 개헌 논의는 대선판 흔들기이며 기득권 세력만의 논의”라고 ‘개헌연대’를 비판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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