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새누리당이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탈당을 압박하고 있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주먹을 쥐어보이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왼쪽 사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하려고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이 4일 ‘친박 청산’의 칼을 휘두르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당을 떠나라”며 결사항전에 나섰다. 인 위원장 역시 물러서지 않을 태세여서 새누리당이 또 다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서청원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명진 위원장은 무법적이고 불법적인 일을 벌이며 당을 파괴하고 있다. ‘거짓말쟁이 성직자(목사)’ 인 위원장은 이제 당을 떠나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새로운 패권주의로 국회의원들을 전범 A·B·C로 분류하고 정치적 할복자살을 강요하며 노예취급하고 있다. 마치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고 그의 일파를 숙청하며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듯한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이 당초 인적 청산은 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친박 내부의 반발을 무마하며 영입했는데, 비대위원장이 되자마자 뒤통수를 쳤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개혁보수 탈을 쓴 극좌파인가. 인 위원장이야말로 ‘악성종양의 성직자’다”라며 “임시방편의 거짓 리더십을 걷어내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정통성있는 진짜 리더십을 세울 것을 당원동지들께 제안한다. 그날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전당대회를 통해 정식 당 대표를 선출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서 의원이) 자진탈당하겠다는 선언이라 생각했다”며 물러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측근들에게도 “국민이 당을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지”라며 서 의원의 요구를 일축했다고 한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등 친박 핵심조차도 책임지는데 서청원 전 대표가 그렇게 말씀하신 건 이해가 잘 안 간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이정현 전 대표에 이어 이날 오전 정갑윤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고, 홍문종 의원도 자신의 거취를 인 비대위원장에게 위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와 박맹우 사무총장 등 원내지도부 및 주요 당직자들도 인 위원장에게 거취를 맡기기로 했다. 인 위원장의 쇄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취지다.
서 의원은 당초 자신만 책임지고 탈당하려 했으나 최경환 의원 등 다른 친박 의원들도 청산 대상이 되자 당에서 친박 조직이 완전히 무너질 것을 우려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이 공석인 당협위원장을 충원하는 조직강화특위를 가동하려는 것을 두고 “당을 자의적이고 초법적으로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까지 당을 지키겠다”는 최경환 의원 역시 자신이 탈당할 경우 당내 ‘대구경북’의 위상이 급격히 무너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 의원은 인턴채용 외압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 최소한의 보호막인 새누리당을 떠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밖에 ‘총선 막말 파동’의 장본인인 윤상현 의원과 강성 친박 조원진·이장우 전 최고위원 등은 몸을 바짝 낮춘 상태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6일까지 당사자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8일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8일까지 친박 핵심들이 당을 나가지 않으면 당원권 정지 등 강력한 조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인 위원장 쪽은 당내 다수가 우군이기 때문에 친박 핵심이 결국 못 버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거꾸로 인 위원장이 물러날 경우 새누리당에는 ‘쇄신을 포기한 친박당’의 낙인이 더 또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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