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새누리당이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탈당을 압박하고 있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주먹을 쥐어보이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왼쪽 사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하려고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4일
새누리당 ‘2차 분당 위기’의 진원지인 서청원 의원과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골프를 칠 만큼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 의원이 4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인 위원장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최근 2주 동안 벌어진 일들은 그동안 새누리당의 ‘밀실 정치’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서 의원은 지난 2일 언론에 공개한 의견문에서 자신이 인 위원장을 반대하는 친박 중진들을 설득했고, “최종 교섭은 정우택 원내대표가 삼고초려를 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서 의원은 “당시 인 목사가 저와 통화에서 ‘누가 누구를 청산할 수 있습니까. 말이 안 되죠’라는 말로 믿음을 줬다”고 설명했다. 즉, 친박계 좌장이 ‘계파의 안전’을 보장받은 뒤 비대위원장 내정을 허락한 셈이다.
서 의원은 또 이날 회견에서 두 가지 사실을 추가로 공개했다. 인 위원장이 태도를 바꿔 자신의 탈당을 종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최다선 의원인 자신을) 국회의장으로 모시겠다”고 약속했다고 폭로했다. 또 최근 당 소속 의원들에게 “탈당계를 자진해서 내면 이를 다시 돌려주겠다”고 회유해, 자신과 몇몇 친박 핵심들의 탈당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인 비대위원장의 ‘말 바꾸기’ 및 ‘협박·회유 정치 행태’까지 모조리 폭로한 것이다. 서 의원은 지난 25일 비대위원장 내정 직후 인 위원장과 함께 한 조찬 자리 대화를 소개하며 “(밥 먹고) 일어서면서 ‘앞으로 형님같이 모시겠습니다’, ‘모든 문제 상의하겠다, 제가 못하면 전화 주십시오’라고 이야기했던 사람이, 나보고 ‘무례한 사람’, ‘악성종양’이라고 한다”고 분개했다. 부하에게 배신당한 ‘보스’의 분노마저 느껴지는 듯하다.
이와 관련해 인 위원장 쪽은 “애초 서 의원과 대화할 때는 그런 부분도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실제 당에 와보니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좀 더 강력한 조처를 취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인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인준을 받기 전까지 ‘칼날’을 숨겼는데, 서 의원이 그걸 보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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