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운데)가 5일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7’ 참관을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삼화, 오른쪽은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인천공항/연합뉴스
국민의당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및 개혁보수신당과의 ‘선거연대’ 여부를 두고 당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주승용 원내대표와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등 호남 중진그룹 일부가 반 전 총장과 개혁보수신당을 아우르는 ‘제3지대 연대’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안철수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 등이 중심인 ‘자강파’와 엇갈린 행보를 걷고 있는 탓이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5일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최근 비박근혜계와의 연대 가능성을 일축한 안철수 전 대표를 겨냥해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것에 대한 결단이 필요할 때가 올 수 있다”고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번 탄핵안 표결 때 도와준 비박계를 여기서 내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안 전 대표도 양극단을 제외하고는 함께할 수 있다고 원론적인 말씀을 처음에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감이 부족해서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경우 선거에서 대부분 패배한다”며 ‘자강론’을 편 안 전 대표를 공개 압박한 것이다.
비박계와의 연대를 둘러싼 당내 긴장은 지난해 총선 직전 ‘야권 통합’ 문제를 두고 안철수 당시 대표와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이 충돌했던 양상과 비슷하다. 당시 안 전 대표는 ‘독자완주론’을 강하게 주장하며 ‘통합파’와 맞선 끝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공교롭게도 비박계와 연대론을 주장하는 주 원내대표는 김한길 전 위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며, 주 원내대표와 보조를 맞추는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제3지대 통합론’을 선도하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가깝다.
양쪽의 갈등이 표면화할 조짐을 보이자 호남 의원들 사이에서도 당의 조속한 입장 정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북지역 초선인 이용호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안 전 대표는 옛 새누리당 세력의 누구하고도 (연대는) 안 된다고 하는데 일부에선 비박계와 개헌을 고리로 대선 공조도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의 유력 대선후보이자 자산인 안 전 대표와 당 지도부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에선 비례대표 초선그룹과 정동영 의원이 안 전 대표의 ‘자강론’에 힘을 싣고 있는 반면,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호남 의원 다수는 ‘연대론’과 호남 민심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대선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대선 이후까지 세력을 유지하려면 어떻게든 현재의 판을 흔들어야 하는데, 호남 민심은 비박계나 반기문 전 총장과 연대하는 것에 거부감이 크다. 전당대회를 통해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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