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맨 앞줄 앉은 이)가 6일 오후 소집된 제13차 상임전국위원회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 상임전국위원회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에 반발하는 친박근혜계의 방해로 1시간40여분 지연되다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 구성을 위해 6일 소집한 상임전국위원회가 서청원 의원 등 친박 핵심 쪽의 방해로 무산되면서 당은 또다시 혼돈에 빠졌다. 인적 청산을 반대하는 쪽과 인 위원장을 지지하는 쪽이 대치하는 구도도 강해져, ‘2차 분당’을 둘러싼 긴장감도 높아졌다.
인명진 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의 본래 구상은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 인선안을 추인받아 비대위 체제를 갖추고 당 쇄신 방안을 논의하려는 것이었다. 인 위원장 1인이 아니라 비대위의 힘으로 인적 청산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이었다. 당 지도부가 전날 상임전국위원들에게 확인했을 당시엔 정원 51명 가운데 35명가량이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혀 의사정족수(과반인 26명 이상)를 채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인 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 박순자·조경태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회의가 열리기로 한 오후 2시가 되도록 회의장에는 20여명만 자리를 채웠다. 서청원 의원 쪽에서 적극 나서 회의를 무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서청원 의원 아내와 측근 의원들이 위원들에게 전화해 불참을 요구했고, 현장에서는 보좌진들이 회의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을 막았다”고 말했다. 정용기 원내대변인은 “국회 1층에서 한 위원이 서 의원 보좌진에 막혀 못 들어오고 있기에 내가 가서 설득해 데리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두 위원은 국회 앞까지 와서도 서 의원 쪽의 강한 요구에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도 했다. 조경태 의원이 전화로 한시간 가까이 설득했지만 이들은 끝내 발길을 돌렸다. 당 지도부는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1시간40분을 기다렸지만 24명에 그쳐 회의가 무산됐다.
이날 윤재옥·백승주·이철우 의원을 비롯한 대구·경북의 상임전국위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당 지도부는 최경환 의원이 방해를 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최 의원 쪽은 “뒤에서 힘쓸 상황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촛불막말’ 김진태 의원도 불참했다.
친박계는 과거에도 같은 방법으로 당 지도부의 쇄신 작업을 방해한 적이 있다. 지난해 총선 참패 이후 정진석 원내대표는 수도권 비박계 중진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하고 상임전국위에서 공식 추인받으려 했으나, 친박계의 조직적 보이콧으로 상임전국위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이번 일로 당 쇄신을 위해 서청원·최경환 등 핵심 친박이 책임지고 탈당해야 한다는 온건친박·중도파와, 인 비대위원장의 인적 청산에 반대하는 강성친박의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 의원은 이날 인 비대위원장이 탈당 강요·협박을 했다며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당 소속 의원 97명 가운데 40명에 가까운 이들이 인 위원장에게 거취를 위임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8일 인 위원장의 입장 발표가 ‘2차 탈당’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인 위원장이 사퇴하면 이 당에는 희망이 없는 거다. 그러면 떠날 것이다. 현재 수도권 의원 10여명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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