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국회에서 4당 체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제1차 여·야·정 정책협의회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운데)와 여야 정책위의장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조배숙 국민의당·윤호중 더불어민주당·유 부총리·이현재 새누리당·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민의당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5개 분야 24개 개혁입법 과제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과제 중 상당수는 더불어민주당도 2월 국회에서의 통과를 벼르고 있어, 두 야당의 공조로 입법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교섭단체의 출현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규정을 활용해 개혁입법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정치환경이 조성됐기에 촛불민심에 부응하기 위한 긴급 개혁과제 관련 법안과 정책을 선정했고, 늦어도 2월까지는 입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민의당이 발표한 24개 입법 과제는 민주당이 지난 12월 밝힌 ‘촛불 시민혁명 입법 과제’와 상당 부분 겹친다. 민주당의 경우 이달 안에 의원총회 등을 통해 개혁입법 과제를 확정할 계획이지만 검찰·재벌·언론·정치개혁 등 큰 틀에서 국민의당과 같은 방향을 채택하고 있다. 우선 검찰개혁에선 ‘공수처 설치’에 뜻이 모였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미 지난 8월 공수처 설치법을 당론으로 발의한 바 있어, 새누리당 비박계 출신들이 만든 ‘바른정당’만 합류한다면 2월 국회에서 야권의 ‘숙원’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 조배숙 의장은 “국정혼란의 핵심 원인은 검찰의 권력 집중과 남용”이라며 “전관예우와 법조비리 척결을 위한 방안을 검찰과 새누리당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는데 이번이 검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언론개혁과 관련해선 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 등을 통해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교육방송>(EBS) 등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쓸 방침이다. 재벌개혁·정경유착 근절을 위해선 국민연금법, 공정거래법(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상법(기업 이사회의 독립성·투명성 강화 등) 개정이 추진된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드러난 국민연금공단의 불투명한 의결권 행사 등 폐단을 없애기 위해 의결권 행사를 투명하게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정치 개혁과 관련해선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선거연령을 만 18살로 하향 조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긴급 개혁 과제에 포함됐다. 병역의무 기피자는 대통령,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후보로 나올 수 없게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내용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등도 정치개혁 과제에 담겼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가 주요 증인의 불출석으로 무력화됐다는 지적에 따라 청문회에서 불출석 증인에 대한 강제구인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률도 개정할 계획이다. 야당은 새누리당도 각종 정책에서 전향적 변화를 선언한 만큼 개혁 의제에 동참하도록 압박할 방침이다.
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4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은 9일 회동해 각 당이 내놓은 입법 과제를 공유하고, 우선순위를 논의할 방침이다.
엄지원 윤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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